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해야만 하는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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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해야만 하는 〈1112호〉
  • 정회훈 사회문화부장
  • 승인 2023.03.1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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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훈 | 사회문화부장
정회훈 | 사회문화부장

기사는 기자의 문집이 아니다. 알 권리를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기자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담론들에 접근하지만 기자가 선택한 소재가 모두 기사로 다뤄질 수는 없다. 갖은 질문 중 예리하게 날아드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이것을 학우들에 게 전해야합니까?’라는 물음이다. 천 번, 만 번이고 기사를 수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주제를 정하고 선택하는 일은 되돌릴 수가 없다.

지난 학기, 핵분열발전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도 이번처럼 두 면에 걸친 특집 기획을 작성했다. 꽤나 많은 준비를 하고 돌입한 기획이었는데도 상기된 질문들은 계속해서 꼬리를 물었다. 사실과 정보들의 혼합물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내용을 갈무리하고, 학우들의 관심에 맞도록 정보를 가공하고 방향성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주제를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기사를 내야만 했던 결심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인간은 재미없는 것에 관심을 쉽게 갖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신문을 읽는 일이 보편적으로 즐거운 일로 받아들여질 여지는 적 을 것이다. 그런데도 재미없고 어렵기만 한 기사를 쓰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야만 하는 것들, 응당 기자라면 ‘전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는 스스로 내리는 정언명령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에너지의 가격과 나날이 복잡해지는 국제적인 에너지 관계를 생각했을 때 ‘지성의 전당’으로 일컬어지는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전해져야만 할 거대한 흐름이라는 확신마저도 가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왜 이것을 알아야 하냐는 물음에는 여전히 적실한 답변을 하 기는 어렵다. 기자 본인의 내면에서 보내는 일련의 신호들이 정말 ‘이성적’인 사고의 결과물인지 마찬가지로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돌고 돌아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그렇게 또다시,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낸 파편들을 들쳐메고 시대의 석학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과정을 반 복한다.

언젠가 돌이켜봤을 때, '기자'라는 사명 감에 취해 기사답지 않은 기사, 과하기만한 정보의 나열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그저 끝없이 정진하는 것. 그것이 명대신문의 펜 끝으로써 다지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배수의 진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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