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관심들에서 비롯된 큰 행동
기숙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심코 집어든 신문을 방으로 가져가 책상위에 엎어두었다. 내 눈에 들어온 첫 단어는 사진 속에 걸려있던 ‘두리반, 칼국수ㆍ보쌈전문점’이라는 간판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평범한 음식점이 신문 한 면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작은 용산’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두리반은 강제 철거 위기에 놓여있는 건물이다. 주변 상가 세입자들은 이미 소송에서 패해 떠난 지 오래고, 두리반만이 꿋꿋이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의 두리반은 단순히 ‘철거위기의 건물’이 아니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찾아와 두리반의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 단전 반대 운동을 비롯하여 문화적인 차원으로 접근한 ‘시위’마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홍익대학교 학생들과 거리 밴드들의 끊임없는 발길, 그리고 계속되는 공연, 전시 이 모든 것들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사람이 사는 두리반’을 만들고 있다. 이 모두가 두리반의 철거를 막아야 한다는 1차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행동이자,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소소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된 작은 실천’이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구 가져다주기, 아이스팩 얼려 배달해주기, 태양열패널 얻어 주기 등. 이 사람들 모두 누군가의 강요 하에 돕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 각자의 작은 실천으로 두리반을 돕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각종 언론에서도 두리반이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인들이 스스로 나서 두리반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이 두리반을 지키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면 응원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
며칠 전 버스에서 무심코 창밖을 보다가 지나친 두리반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 이곳을 지키고 있겠다는 포부를 보여 주기라도 하듯 두리반은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날이 개면 카메라와 전구를 챙겨 두리반에 찾아가 볼 생각이다. 두리반도 언젠가는 환하게 개이길 기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