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공부] 미래가 파도라면 〈1080호〉
상태바
[미래공부] 미래가 파도라면 〈1080호〉
  • 황윤하 한국미래전략연구소W 대표
  • 승인 2020.11.16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 워크숍이 끝날 때면 항상 함께 보는 영상이 있다. 파도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두개의 영상이다. 첫 번째 영상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의 모습이다. 햇살이 비추는 느긋한 바닷가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파도를 타고 있다. 소년과 소녀, 어른들, 아빠의 손을 잡고 함께 서프보드에 오른 대여섯 살 정도의 꼬마도 보인다. 이들 중 물에 빠지는 이는 없다. 모두 서프보드를 단단히 딛고 서 파도의 흐름을 유연하게 받아낸다. 사람들은 이 영상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태양 아래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느긋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영상과 함께 흐르는 경쾌한 레게 음악에 맞추어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들도 있다.

 영상을 다 보고 나면 서핑을 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다. 균형감각, 체력, 용기, 넓은 시야, 파도의 변화를 잘 읽는 능력 등 사람들은 다양한 답을 말한다. 이렇게 파도타기 영상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미래를 파도에 비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서프보드 하나를 들고 드넓은 바다에 떠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파도는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될 무수한 사건들, 삶의 변화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서핑을 잘하기 위한 능력은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능력이기도 하다. 미래가 와이키키의 파도라면, 우리의 인생은 레게 음악처럼 여유롭고 유쾌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영상에도 파도를 타는 사람들이 담겨있다. 달라진 것은 장소와 파도의 크기다. 세계에서 파도가 가장 큰 곳 중 하나이자 서핑의 발상지로 알려진 타히티 테아후푸의 모습이 보인다. 이 영상의 파도들은 와이키키 해변의 파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바다는 거침없이 거대한 파도를 밀어 올리고 서퍼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나미 같은 파도에 휩쓸린다. 높을 때는 10m에 이르는 테아후푸의 파도는 무사히 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크고 거칠다. 상황을 보다 긴박하게 만들어주는 빠른 음악이 더해지면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장벽을 만들 듯 하늘 위로 솟구치는 파도와 그 옆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서퍼의 모습이 슬로우모션으로 펼쳐지면 사람들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이른다.

 이 영상을 보고 난 후에도 같은 질문을 한다. 서핑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번째 영상을 보고 나서 자신 있게 대답하던 사람들은 두 번째 영상을 보고 나서는 조금 망설인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파도 앞에서 서핑할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번째 영상 속의 사람들은 프로 서퍼들이고 그중에서도 빅웨이브를 탈 수 있는 특수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은 용기를 내 대답한다. 도전정신, 훈련, 즐길 줄 아는 태도, 주변 사람들의 지지에 대해. 와이키키의 파도타기가 일상의 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을 보여준다면, 테아후프의 파도타기는 우리 삶을 덮쳐오는 거대한 변화와 그에 대한 극복을 상상하게 만든다. 미래가 테아후푸의 파도라면, 우리의 인생은 매 순간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 두 파도가 전하는 메시지는 미래라는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한다. 'Surf & Fight'.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Surf)과 때로는 맞설 줄 아는 대담한 용기(Fight). 이는 내가 미래연구를 할 때 지표로 삼는 역량인 동시에 삶을 살아감에 있어 마음에 품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여섯 번의 칼럼을 통해 미래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삶이 항상 와이키키 해변의 파도처럼 평화로우면 좋겠지만, 때때로 테아후프의 거친 파도처럼 몰아칠 때가 있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그게 바로 미래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미래가 파도라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서프보드가 뒤집힐 만큼 거대한 파도를 만날 것이다. 그러나 미래가 파도라면, 반드시 잔잔한 물결과 고요한 순간 역시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미래가 파도라면, 우리는 서프보드에 몸을 맡긴 채 유유히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미래가 파도라면, 스스로 익힌 파도타기는 새로운 파도에 맞설 힘을 선사할 것이다. 그래서 미래가 파도라면, 가까스로 파도를 타고 있는 것이 자기 혼자만이 아님을 깨달을 수도 있다.


미래가 파도라면, 파도라는 불확실성을 즐겨 보자. Surf & Fight의 힘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