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라고 선언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즉 '넷 제로(Net-Zero)'를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넷 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인 상태를 의미한다. 120여개국이 넷 제로를 선언했을 정도로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적 추세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연합(UN)총회 연설을 통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26일 일본도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넷 제로는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서도 커다란 화두가 되어 왔다. LG와 같은 기업, 광명시와 같은 지자체 등에서 넷 제로를 선언 하고 다양한 실천방안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 지자체 · 기업과 더불어 시민사회의 합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바는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올해 말까지 UN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 담기게 된다. 짧은 기간 안에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내용을 담아내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정부가 기후 위기 문제에 대응하고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한국형 뉴딜의 한 축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전기 · 수소차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석탄발전 퇴출을 분명히 하지 않아 환경단체로부터 ‘무늬만 그린뉴딜’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당장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2030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30% 넘게 잡고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확대 · 탈원전 · 탈석탄 정책 등은 조율이 되지 않은 채 서로 엇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넷 제로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동의와 실천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 또한 기후 ·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익숙한 일상의 습관을 버려야 할 상황이 적지 않을 것이므로 약간의 불편함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웨 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을 따른다면, “정말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