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공부]미래를 위한 많은 목소리〈10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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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공부]미래를 위한 많은 목소리〈1079호〉
  • 황윤하 한국미래전략연구소W 대표
  • 승인 2020.11.16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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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부장제, 제사, 결혼식, 등하교, 교사, 성적, 출근, 야근, 상하 관계, 차별, 부정부패”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19년 하반기 발간된 과학기술정책잡지 『FUTURE HORIZON+』의 미래연구 포커스 주제는 ‘미래 세대가 상상하는 2049년’이었다.*

 이를 위해 청소년과 2030세대의 의견을 모아 결혼과 가족, 교육, 일과 여가, 관계, 국가상에 대한 미래 모습을 전망했다. 한국미래전략 연구소W는 미래 워크숍을 기획해 미래세대를 한자리에 모았고, 주제별로 의견을 수렴해 원고를 작성했다.

 워크숍의 첫 번째 프로세스는 각 주제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이었다. 미래공부 칼럼 2회 때 설명한 바 있는 세 가지 미래 질문을 통해 참가 자들이 각 주제에 쉽게 접근하도록 했다. 무엇이 계속 남아 있을까? 무엇이 사라질까? 무엇이 새로 생길까? 그러니까 맨 첫 줄에 제시한 단어들은 참가자들이 두 번째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30년 후 한국 사회에서 사라질 것들. 혹은 사라지길 바라는 것들.

 ‘등하교, 출근, 교사’가 원격 기술 같은 과학 기술 발달로 사라질 것들이라면 ‘가부장제, 제사, 결혼식, 상하 관계’는 전통적 가치와 관습을 탈피하고자 하는 변화로 보인다. 또한 ‘성적, 차별, 야근’은 과도한 경쟁 및 이와 함께 발생하는 사회 불공정에 대한 비판, ‘부정부패’는 청렴한 사회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수 있다.

 한편 ‘30년 후 한국 사회에 무엇이 새로 생길까?’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비혈연 가족 보편화, 동성결혼 합법화, 진로 탐색을 위한 갭기간, 다양한 과목, 자율근무, AI 비서, 단기간 세계여행, 개인생활 존중, 다양한 공동체, 새로운 교육 시스템, 강화된 복지 제도” 참가자들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도입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인 예로 ‘진로 탐색을 위한 갭(Gap)기간 허용, 실용적이고 다양한 과목 도입’을 제시했다. 전통적 가족 관계가 사라진 자리에는 ‘비혈연 가족, 동성결혼 합법화, 다양한 공동체, 개인생활 존중’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거라고 보았다. ‘자율근 무, 단기간 세계여행, AI 비서’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과학기술을 기대하기도 했다. 정책적 으로는 ‘강화된 복지 제도’가 생길 것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실패에 엄격한 한국 사회에 대한 변화를 원하는 결과였다.

 이 내용을 1년 만에 다시 펼쳐 본 것은 얼마전 있었던 가족 정책 관련 회의 때문이었다. 보통 가족 주제를 다루게 되면 ‘저출산’ 이야기부터 시작했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흘러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화두는 ‘출산’이 아닌 ‘가족 형태의 변화’였다. 회의를 주재한 사무관은 미래세대에 대한 인식을 담은 퓨처 호라이즌 원고를 흥미 있게 읽었다고 했다. 현재 가족에 대한 정책을 고민 중인데 갈등 해결이 아닌 변화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었다. 반가운 변화였다. ‘저출산’이라는 문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보고자 하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현재 심각하다고 믿는 문제에서 눈을 떼고 미래로 시선을 돌리면 새로운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 가? 변화한다는 것이 꼭 문제인가?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내가 제시한 것은 미래세대가 쏟아 낸 다양한 아이디어였다. 날 것의 생각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더라도 정책을 만들기에 앞서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였다. 미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정책이지만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삶과 가치관이므로. 미래를 위해서는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했다.

 때문에 미래 워크숍을 진행하며 여전히 고민한다. 참석자들은 얼마만큼의 대표성을 지니는가? 어디에 살고,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목표를 갖고 살면 대한민국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가? 내가 만난 사람들을 모아 평균을 내면 국민의 의견이 될까?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싶다. 세대, 성별, 지역, 학력, 소득수준, 가족관계, 정치 성향, 가치관 그 모든 다름을 담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우리에겐 미래를 말하는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Future Horizon: 2019. 제4호 (제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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