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공부]SF와 미래연구〈10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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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공부]SF와 미래연구〈1078호〉
  • 황윤하 한국미래전략연구소W 대표
  • 승인 2020.11.1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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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는 Science Fiction의 약자로 과학적 상상력이 내포된 문학, 영화, 만화, 게임 등의 콘텐츠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공상과학소설로 번역하여 사용되곤 했는데 이제는 ‘공상’을 제하고 과학소설, 혹은 SF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저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애쉬가 “과학소설의 정의는 스무 단어로도 내릴 수 있지만 2천 개의 단어를 동원해도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SF의 범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주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과학 기술과 관련된 상상력이 담겨 있다는 점이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연구의 미래 시나리오와 SF의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

 미래 시나리오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스토리 형식으로 전달하여 미래 모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때 전략을 세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전쟁 이후 이 군사계획에 참여했던 허먼 칸을 통해 적용 범위가 넓어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군사전략뿐 아니라 공공정책, 국제개발, 비즈니스 등 여러 분야에 미래 시나리오를 활용하고 있다. 즉 미래 시나리오는 ‘미래를 준비’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미래 시나리오가 실용성에 기반한다면 SF는 그보다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 하나의 작품인 만큼 작가의 창의력이 중요하며 애초에 실용적인 활용을 목표로 제작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SF는 과학소설이라는 명칭답게 아직 현실화하지 못한 과학기술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과학기술’ 자체가 SF의 본질은 아니다.

 『SF란 무엇인가?』의 저자 고장원은 SF의 본질을 ‘변화의 문학’으로 정의하면서 “사회의 불연속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반영하는 데 충실한 문학”이라고 설명한다. 즉 예측이 어려운 사회 변화를 포착해 이야기로 구성하는 것이 SF이며, 이때의 불연속적 변화는 과학기술일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과 상호작용하며 일어나는 시대정신이나 가치관, 사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혁신적인 과학기술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 변화를 포착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 양상을 작가만의 고유의 세계관으로 구축하는 것이 SF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깊이 보면 현재의 첨예한 쟁점을 다루고 있는 SF도 많다. 이를테면 AI나 복제인간, 외계인이 등장하는 SF의 경우 흥미로운 상상력으로만 즐길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배척하고자 하는 낯선 이들에 대한 은유로서 이해할 수도 있다. 위의 존재들과의 공존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래이지만, 이질적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나 타자화는 이미 인류가 수없이 반복해 온 익숙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위의 특징을 가장 잘 그려낸 세 편의 작품을 추천하자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 이시구로 가즈오 원작의 「네버 렛 미고」, 닐 블롬캠프 감독의 획기적인 데뷔작 「디스트릭트9」을 들 수 있다)

 옥타비아 버튤러가 1979년 발표한 SF 『킨』 에서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통해 민감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미국인 흑인 여성은 우연히 타임슬립을 하게 되는데 도착하는 시대가 의미심장하다. 150년 전 노예제가 굳건한 과거로 가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백인 남편과 결혼한 그녀이지만 타임슬립 이후에는 인종이 다른 남편과 부부로 살아가지 못한다.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려 하지만 결국 노예 취급을 받게 되고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한 고난을 겪게 된다. 이처럼 훌륭한 SF는 시공간을 초월한 상상력을 통해 현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미래 시나리오와 SF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여기에 있다. 미래를 전망, 예측하는 일이 미래연 구이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결국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써 도래한다. 미래연구의 존재 이유는 최고의 미래를 찾아내 실현하는 데 있다기보다, 다양한 미래 상황을 가정해보면서현 상황을 새롭게 재고해 보는 데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의 미래는 무엇을 비추고 있는가? 누구도 쉽게 답할수 없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이렇게 내려 볼수 있을 것이다. 우선 SF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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