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제학]스티브잡스경제학〈10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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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경제학]스티브잡스경제학〈1078호〉
  •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0.11.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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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기업은 보통 기업 철학의 유무로 구분된다. 기업 철학이 있다면 경제 현상을 바라보고 이끌어 갈 만한 에너지를 갖게 되고, 뜻밖의 상황 때문에 초조해하지 않게 된다. 반면 기업에 철학이 없다면, 나침반 없이 바다에서 항해하듯 소소한 상황변화에도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휩쓸려 다니게 된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가장 잘 표현한 문구가 ‘Think different’인데,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사람들은 이 문구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기억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 문구가 담긴 광고 캠페인에서 자신의 철학을 담아 애플을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해당 광고 캠페인의 내용은 남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남다른 것을 갈망해 온 사람들을 위해 남다른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아이폰과 아이맥의 성공으로 브랜드 가치가 더욱 높아진 애플은 기업의 남다른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한 방향을 향해 항해를 지속할수 있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애플 창립 초기의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를 연구하는 팀원들을 ‘예술가’라고 칭찬했던 반면, 애플Ⅱ프랜차이즈를 개발 중이던 나머지 조직원들을 향해 ‘멍청이’라는 막말을 하며 자극했다. 조직원들은 이런 식으로 사기를 꺾는 스티브 잡스의 공격적인 언행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고 두 그룹 사이에 적대감이 생기게 됐다. 이러한 적대감은 양쪽 모두에게 손해가 됐고, 애플의 경영은 원활하지 않았으며, 핵심 기술을 가진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의 총애를 받던 매킨토시는 시장에 출시됐지만,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이로써 스티브 잡스는 본인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훌륭한 평을 받지 못하고 쫓겨났지만, 사실 컴퓨터 생태계의 꽤 많은 부분을 직접 디자인해낸 사람이었다. 애플이 만든 퍼스널 컴퓨터 덕분에 사람들은 집마다 컴퓨터를 한 대씩 들여놓는 것을 당연시하게 됐고,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고 조작하던 애플 컴퓨터의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개발할 당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베껴 만들게 될 정도로 큰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글자 서체와 디자인 표현법에 민감했던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다양한 서체를 구현할 수 있게끔 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내었다.

 스티브 잡스는 특유의 모난 성격 탓에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나고, 곧바로 3D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를 만들어 ‘토이 스토리’를 제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픽사는 디즈니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는데, 이 덕분에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던 픽사를 살려내고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총 3편의 작품을 디즈니와 협업하며 협력과 관리의 세심함을 터득하게 된 스티브 잡스는 바깥 생활 12년을 청산하고 애플의 CEO로 다시 복귀하게 된다.

 자신이 ‘돈’ 때문에 애플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스티브 잡스는 CEO인 자신의 연봉을 단돈 1달러에 체결하며 공개 적으로 자신의 이미지 디자인에 성공한다. 1년 동안 단돈 1달러만 받으며 애플을 다시 경영하게 된 스티브 잡스는 당시 총애하던 수석 디자이너인 조니 아이브와 전략가인 팀 쿡을 똑같이 사랑하는 ‘세심한 정원사’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에 팀쿡은 애플의 CEO가 되었고, 조니 아이브는 애플의 철학을 지속 발전시키며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해나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대한 유언으로 '스티브 잡스였다면 이렇게 만들 었겠지’라는 생각을 접고,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드는 데 힘쓰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하지만 애플의 이미지는 이미 스티브 잡스로 각인돼 애플의 제품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이병철 회장은 백지상태였던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에 삼성이라는 기업을 세워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 냈다. 2대 회장인 이건희 회장은 국내 최고였던 삼성을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일궈냈고,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선택과 집중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삼성이라고 하면 이건희 회장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의 경우에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달리 조직원들을 챙기며 회사에서 널리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애플이라는 회사를 말했을 때워즈니악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람은 가도 이름은 남는다. 얼마나 소신있게 행동하고 살았는지가 중요하다.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의연한 자세로 삶을 통찰하자. 자신이 가는 길이 역사가 되도록 끈기와 집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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