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습니다〈10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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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겠습니다〈1077호〉
  • 손정우 기자
  • 승인 2020.10.15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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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사 석현아(행정 09) 동문을 만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행정학과 09학번이고, 졸업하고 나서 속기사로 일하고 있어요. 현재 경찰청 해바라기 센 터에서 수사 속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석현아 속기사가 말하는 속기사 이야기

 

  Q. 속기사는 어떤 직업인가요?

  A. 속기사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나 음성들을 빠르게 텍스트화해서 기록하는 직업이에요. 보통 단순 히 빠르게 타자하는 직업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속기사는 일반적인 키보드와 다른 속기사용 키보드를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직업입니다.

 

  Q. 그중에서도 경찰청에서 속기사로 일하고 계시는 데, 어떤 일을 하나요?

  A. 지금 경찰청에서는 속기사가 한정적인 범죄 분야 에 투입돼요. 크게 성범죄, 아동학대 등에 투입되는데, 보통 속기 대상자는 아동 또는 장애인, 여성이에요. 일 반적으로 성인은 본인이 신고하고 ‘제가 이런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 사람을 처벌해 주세요’라고 주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요. 근데 앞서 말한 속기 대상자 중에는 자신의 상황을 진술할 수 없는 분이 상당히 많 거든요.

  영화 같은 걸 보면 경찰이 수사할 때 ‘이름이 무엇인 가요, 어떤 피해를 입었나요’ 이런 질문을 하고, 경찰들 이 직접 그 답변을 노트북에다가 적는 방식으로 수사를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방식은 진술 능력이 부족하신 분 에게 적합한 수사 방식이 아니에요. 이런 분들은 자신이 겪은 일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니까, 그래서 이런 경 우 다른 방법으로 수사하기 위해 속기사가 투입되는 것 이에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수사 를 할 때는 진술하는 것을 경찰관이 듣고 요약을 하는 데, 속기 대상자 같은 경우에는 속기사가 속기 대상자가 한 모든 말, 상황, 수사 과정에 있었던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다 기록해요. 예를 들면 진술 중간에 어느 타이밍 에서 한숨을 쉬었는지, 이 타이밍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 피해 사실을 말할 때 감정 반응은 어떤지, 목 소리 떨림은 어떤지 등 거의 모든 장면을 글로 묘사한다 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진술을 하는 능력이 부족한 분들의 진술을 최대한 극대화하고, 이런 것들을 통해 재판과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예요.

 

  Q. 그렇다면 경찰청 속기사에게 필요한 역량이나 자 질이 있을까요?

  A. 우선 속기사니까 빨리 알아듣고 빨리 기록하는 것 은 기본이고, 특히 관찰력이 좋아야 해요. 아동 같은 경 우에는 매우 작게 스쳐 지나가는 행동이 사건의 단서일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제3자인 속기사가 더욱 면밀하 게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는 거죠.

  또, 피해자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것 같아 요. 경찰청 속기사는 성폭력, 아동학대 범죄 피해자 진 술 녹화 현장에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을 실시간으로 기 록하는 일을 하는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돌아올 수 있는 정신적 2차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도 있어 요. 그렇기에 피해자에 공감하며 피해자가 안정된 상태 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속기사 석현아의 이야기

 

  Q. 속기사라는 직업이 흔한 직업은 아니잖아요, 그럼 에도 속기사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제가 행정학과에 들어온 이유는 막연하게 공무원 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행정학과에 들어오 면 공무원이 될 수 있을 줄 알고 들어온 건데, 행정학과 를 들어간다고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원래 계획은 4학년 1학기 마치고 노량진에 가서 공무원 시험 을 준비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4학년 1학기 전공수업 에서 한 교수님이 “행정학과 학생들은 막연히 공무원 시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공무원 시험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생각 해보고 선택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사람은 태어날 때 다른 누구보다 월등히 잘하는 능력이 아무리 못 해도 하나씩은 있다. 그 능력을 찾아내긴 어렵지만 찾아내는 사람은 직업 선택에 있어서 수월할 거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이 말씀이 계기가 돼서 제가 남들보다 자신 있게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 지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스스로도 많이 고민해 봤 어요. 어정쩡한 거 말고 제일 잘한 게 뭐가 있는지 생각 하다가, 제가 초등학생 때 타자 대회에서 1등을 한 게 생 각나더라고요. 기억해보니 이게 제 인생에서 가장 잘했 던 것이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과연 직업으로 될까’라 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다가 속기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4학년 1학기에 제 꿈이 바뀌 게 된 거죠.

 

  Q. 속기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데, 그중 경찰청 속기사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처음부터 경찰청 속기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에요. 경찰청 안에서 속기사 업무가 생긴 것이 3년 도 안 됐어요. 제가 속기사 자격증을 따고 일자리를 구 하던 중 경찰청에서 속기사를 뽑을 계획이 있다는 소식 을 접했고, 경찰청 속기사로 들어가게 된 거예요. 그냥 상황이 잘 맞은 거죠.

 

  Q. 속기사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 을까요?

  A. 제가 몇 년 전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 에 나왔던 사건을 맡은 적이 있어요.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사건인데 관련된 녹취록을 엄청 많이 속기했었 거든요. 녹취록 분량이 한 48시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속기록 부수가 너무 많아 박스 하나에 가득 담길 정도였 는데, 당시 매일 밤을 새워가면서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게 일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에 들려온 소식으로는 제가 작성한 녹취록이 중 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돼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되었고, 결국 사건 가해자는 징역 9년의 유죄 판결 선고를 받았 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봤어요. 그때 방송 자료 화면 에 제가 작성했던 녹취록 일부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신 기하기도 하고, ‘이 일이 정말 수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 구나’ 하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Q. 앞으로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A. 제가 이 일을 한 지 6년이 되어가는데, 일하다 보니 이 일도 신체적으로 따라 주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잘 들어야 하고 빨라야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까운 미래는 아니겠지만 ‘내가 언젠간 속기를 하지 못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기 전에 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서 사회에 기여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속기사란 직업을 잘 모르는 게 아쉬웠 는데, 사람들에게 속기사가 어떤 직업인지 알리는 것이 목표예요.

 

속기사 A to Z

 

  Q. 속기사 선발 과정이 궁금해요. 어떤 선발 과정을 거치나요?

  A.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게 한글 속기 시험이 있어요. 한글 속기 시험은 시험장에서 연설체와 논설체의 음성 파일을 들려주고 이를 제한된 시간 동안 속기하는 시험 이에요. 이게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제가 시험 보 던 당시에는 현장에서 92% 이상의 정확도가 나오는지 가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했어요. 이 정도의 정확도와 속도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약어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이건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고요. 약어는 속기사마다 다 달라요.

  속기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는 경찰청, 국회, 법원 등 자신이 근무하고 싶은 곳을 고르고 따로 공부를 더 해 야 해요. 경찰청 속기사 같은 경우 수사 속기사라고 민 간 자격증 시험이 있는데, 가상의 수사 상황을 재현해놓 고 이 상황을 속기하는 시험을 봐야 하죠.

 

  Q. 속기사 시험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A.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약 일 년 반 정도 공부하고, 공 부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 갈 때 일을 시작한 것 같아 요. 순수 시험 준비 기간은 일 년 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Q. 속기사가 사용하는 키보드는 일반적인 키보드와 기능이 다르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부분이 다른지 궁금 해요.

  A. 일반 키보드는 두벌식인데, 속기사용 키보드는 세벌식이에요. 만약 일반 키보드로 ‘속’자를 치려면 ‘ㅅ’ ‘ㅗ’ ‘ㄱ’ 이렇게 3번 쳐야 하잖아요. 그런데 속기사 키보드는 한 번에 눌러 칠 수가 있어요. 또, 속기사용 키 보드에는 약어를 개발해서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요. 예를 들면 내가 ‘키보드’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 상 용구처럼 ‘ㅋ’자만 쳐도 ‘키보드’라는 단어가 나오게, 이런 걸 조합해서 수천 자 정도의 약어를 만들어 저장 해 놓는 거죠. 속기사의 속기 속도를 더 빠르게 해주는 키보드에요.

 

  Q. 속기사 전망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인공지능이 개발돼 속기사가 없어질 수 있다 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속기사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다른 기관의 경 우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기 계로 대체하기에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많거 든요. 사람의 감정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게 인공지능 이 처리하기에는 복잡한 일이잖아요. 일반적인 수사에 서 수사관이 질문을 하고 기록하는 방식은 아날로그적 이에요. 이로 인해 수사에 시간이 지연되고, 진술자가 말하는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속기사가 활동하는 영역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있 거든요. 현재는 아동, 장애인, 여성에 한정돼 속기사가 투입되지만, 앞으론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속기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활동 같은 게 있을까요?

  A. 각 대학에서 청각장애인 학우들을 위한 학습지원 속기사를 채용하고 있어요. 일반 학우들과 다르게 음성 으로 강의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학우를 위해 수업 내용을 문자화해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수업에 함께 참여해 수업 내용을 실시간 속기를 지원하거나 원 격지원센터에 배치되어 지원하는 방식 등이 있어요. 속 기 능력 뿐만 아니라 전공 지식에 관한 공부도 병행해야 하는 일이라 혹시 재학 중에 속기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 이 있다면 가장 빨리 속기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는 분 야가 아닐까 생각해요.

 

  Q. 석현아 동문만의 속기 꿀팁을 알고 싶어요!

  A. 우선 뚫어지게 관찰하세요. 이 사람이 무엇을 말 하는지 이해를 해야 속기가 좀 더 편하게 되는 것 같아 요. 그리고 아는 만큼 들린다고, 속기는 아는 단어가 많 아야 더 잘 들려요. 그러니까 단어도 더 많이 알아보고, 만약 속기사를 꿈꾼다면 미리 본인이 사용할 약어도 만 들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Q. 속기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A. 속기사는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직업도 아니고, 소수 직렬이긴 하지만 민간 및 공공에서 기록물을 데이 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가 늘 것이 라 생각해요. 본인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면, 자신 있게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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