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자리잡지 못하는 청년들, 이유는?〈10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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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자리잡지 못하는 청년들, 이유는?〈1077호〉
  • 김태민 기자
  • 승인 2020.10.15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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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취업자 10명 중 5명, 1년 안에 첫 직장 떠나

  지난 7월 14일, 『한국노동경제학회 노동경제논집』에 실린 「첫 일자 리 이탈 영향요인 분석(황광훈)」논문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 10명 중 5명인 50.2%가 첫 직장을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처음 취직한 직 장에서 4년 이상 일하는 청년은 10명 중 한 명인 12.2%에 불과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경우 1년 안에 퇴사하는 비율이 54.4%로 가장 높았다.

 

취업만 되면 끝일 줄 알았어요

  “사상 최대의 취업난이다”, “청년 실업률 역대 최악” 이제 이런 말들은 일 상이 됐다. 지난 7월 20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10.7%로 지 난 1999년 이래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또, 취업시장 진입계층인 25~29세 실 업률이 10.2%를 기록하며 사상처음으로 10%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7월 14일, 『한국노동경제학회 노동경제논집』에 실린 「첫 일자 리 이탈 영향요인 분석(황광훈)」논문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청년 취업자 8,626명 기준, 10명 중 5명인 50.2%가 첫 직장을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첫 직장에서 4년 이상 일하는 청년은 10명 중 한 명인 12.2%에 불과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경우 1년 안에 퇴사하는 비율이 54.4%로 가 장 높았다. 취업만 되면 끝일 줄 알았지만 1년 안에 퇴사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 것이다.

  잡코리아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275명을 대상으로 ‘기업 퇴사자 현황’ 에 대해 ‘기업에서 퇴사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직원의 연차’를 복수응답 으로 조사한 결과, ‘1년 미만’을 꼽은 인사담당자가 42.2%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1년차 29.5% △2년차 24.0% △3년차 22.5% 순으로 퇴사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도 많은 신입사원이 입사 1년 안에 퇴사하는 것이다.

 

신입사원 약 79%, 이직 고려 중

  실제로 퇴사하지 않더라도 이직을 꿈꾸는 신입사원도 많은 것으로 드러 났다. 지난 2018년, 잡코리아에서 신입직 직장인 6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신입사원 79.6%가 이직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5 명 중 4명이 이직을 꿈꾸는 것이다. 특히 신입사원 3명 중 1명은 적극적인 구 직활동에 나서고 있었다.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직활동 중인 신입사원이 32.5%로 드러났으며, 이력서를 오픈해 두거나 헤드헌터를 접촉하는 등 소극적인 구직 중에 있는 신입사원도 13.7%에 달해 지난해 입 사한 신입사원 두 명 중 한 명이 이직을 위한 구직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잡호핑족 트렌드?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 미칠 수 있어

  신입사원들의 잦은 이직은 이제 트렌드가 됐다. 지난달 6일, 잡코리아가 20 ㆍ 30대 직장인 1,724명을 대상으로 ‘잡호핑족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8.8%가 자신을 잡호핑족이라고 밝혔다. pmg 지식엔진연구소가 발행한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잡호핑족(族)은 통상 2~3년을 단위로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잡코 리아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잡호핑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의 약 66.8%가 2~3년보다 이직 주기가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2~3년을 단위로 직장을 자주 옮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과반수가 넘는 응답자들은 그보다 이직 주기가 빠른 것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응답자 1,724명 중 72.0%가 ‘잡 호핑족 트렌드’는 당연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표는 지난달 6일, 잡코리아가 ‘잡호핑족 평균 이직 주기’를 조사한 것이다. (자료/ 잡 코리아)
▲표는 지난달 6일, 잡코리아가 ‘잡호핑족 평균 이직 주기’를 조사한 것이다. (자료/ 잡 코리아)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잦은 이직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광훈 연구원(이하 황 연구원)은 연구에서 이직 에 대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행은 생애직업 활동의 초기 단계에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고 탐색하면서 생애직업 경로를 모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복잡할 뿐 아니라 상당히 장기적인 기간을 거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짧은 기간에 빈번한 직장이동 및 조기 퇴사는 숙련형성을 어렵게 하고 임금 및 근로조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잦은 이직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연구원 시민경제연구실 김진하 부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10 월 2일, 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조사를 통해 지난 2009년부터 2017년까 지 15~34세 6,312명을 대상으로 서울 청년 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잦은 이직의 부정적인 영향이 드러났다. 이직횟수에 따른 월평균 임금을 조 사한 결과, 이직횟수가 3회 이상이 되면 첫 직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임금수 준이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1~2회 이직시 직전 직장보다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지만, 이직이 빈번해지면 인적자본 가치가 소모돼 더 많은 보수 를 받기 위한 재취업이 어렵다고 서울연구원은 분석했다.

  기업도 지원자들의 잦은 이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13일, ‘사람인’이 기업 662개사를 대상으로 ‘짧은 근속연수에 대 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 81.3%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부정적 으로 평가하는 한 직장에서의 최소 근속연수는 평균 8.8개월 이하로 집계 됐다. 구간별로는 △6개월 이상~1년 미만(49.4%) △6개월 미만(34.2%) △ 1년 이상~1년 6개월 미만(8%) △1년 6개월 이상~2년 미만(4.6%) 순이었다. 이중에서도 짧은 근속연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입사해도 오래 근무하지 않을 것 같아서(71.2% ·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조 직 적응이 어려울 것 같아서(46.3%) △책임감 부족 · 불성실(41.8%) △인내 심 부족(37.4%) △상사 · 동료와 트러블(14.1%) △업무 능력 미달(13.2%) 등이 뒤를 이었다.

 

대졸자 50%, 전공과 무관한 직업 선택해

  전술한 신입사원들의 조기퇴사와 잦은 이직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 월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 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한요셉)」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대졸자의 50%가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가지는 이른바 미스매치를 겪는 것으로 조사 됐다.「첫 일자리 이탈 영향요인 분석(황광훈 연구원)」논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지 않는 전공-직업 미스매치 상황에서 이직률 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스매치와 관련해서는 △학력 미스매치 △ 기술 미스매치 △전공 미스매치가 각각 △25% △24% △32%로, 조사 표본 의 1/4 이상이 미스매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중 전공 미스매치가 가 장 높은 비율로 드러났다.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으로 기업체의 규모 집단을 분리시켜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났다. 소기업의 경 우 학력부족 미스매치와 전공일치인 경우 이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 됐다. 중기업은 전공불일치인 경우 이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대기업의 경우에는 기술부족 미스매치와 전공불일치 상태에서 이탈할 가 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공통적으로 미스매치 상태에서 이탈 가능성이 높았 고, 특히 전공과 직업이 불일치하는 전공불일치 상태가 이탈 가능성이 높 다는 결과다. 청년들이 조기퇴사와 잦은 이직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런 전공과 직업의 미스매치가 청년들의 일자리 이탈에 영 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대학 IPP사업단(원장 홍상진)의 김현수 산학협력교수(이하 김 교수)는 “청년들이 취업 시 자기가 장래에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를 정하지 않는 것과 자기 전공과 어떤 직업이 맞는지에 대한 직무 분석을 정확히 안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라며 “두 번째는 일단 대기업이든 중견 기업이든 중소 기업이든 일단 입사를 해 놓고 생각해 보자인 것 같고, 입사 후 본인의 생각 과 맞지 않아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즉, 청년들이 취업 시 전공과 직업을 일치시키지 못해 이직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공-직업 미스매치, 발원지는 어디?

  결국, 전공과 직업의 미스매치가 청년들의 잦은 이직을 일부 야기하고 있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전공-직업 미스매치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한 요셉 연구위원(이하 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졸자의 노동시장 미스매 치는 전공 선택에 의한 문제, 모든 전공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문제로 나뉜다”라며 “전자가 교육의 문제라면, 후자는 과잉 학력의 문제다. 우리나 라 노동시장에선 두 문제가 5대5 정도로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 했다. 실제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전공-직업 미스매치 비율은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OECD 국가 의 전공-직업 미스매치 비율은 평균 39.1%인 데에 반해 우리나라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 비율은 약 50%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김 교수는 전공-직업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학생들이) 전공학과를 선 택하는 것보다 일단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고 자기가 원하는 전공학과가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그리고 전공학과에 대해서 어 떤 직업분류와 직무가 연계되는지 또한 정확한 분석 및 이해를 못하기 때문 인 것 같다”라고 미스매치의 발생 이유를 들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전공-직업 미스매치의 이유를 전공 선택의 제약에서 찾았다. KDI는 우리나라에서 전공 선택이 제약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각종 정원 규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원 규 제가 대학 · 전공의 서열화로 집약되는 입시-취업의 이중적 선별과정과 맞 물리면서 많은 학생이 희망하지 않던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또, 특히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가 각 대학 내 전공 간 정원조정의 여력을 감소시킨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대학 서열화가 없다면 이러한 현상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학생들이 같은 전공이 개설된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면 되 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여러 이유로 수도권 소재 대학들을 선호하는 현 실에서 보다 상위권에 속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 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라고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와 대학 서열화가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기 어렵게 만 들고, 결국 이는 전공-직업 미스매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노동시장에 관한 불충분한 정보가 전공 선택의 또 다른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 연구원은 설명한다. 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입시경쟁에 매몰된 학생들은 대학 전공에 따라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지 못하며, 특히 어느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지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전공 선택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황에서의 전공 선 택과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최근 연구들에서 확인된 바 있다” 라고 밝혔다.

▲표는 OECD에서 제시한 ‘고등교육 이수자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 비율을 나타낸 표다. (출처/「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한요셉)」)
▲표는 OECD에서 제시한 ‘고등교육 이수자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 비율을 나타낸 표다. (출처/「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한요셉)」)

 

청년취업자의 일자리 이탈을 낮추려면

  전술한 것처럼, 청년취업자들의 일자리 이탈은 본인에게도 부정적인 영 향을 미친다. 청년취업자들의 일자리 이탈을 낮추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황 연구원은 논문에서 “청년취업자의 일자리 이탈을 낮추거나 최소화하 기 위해서는 임금, 고용안정, 근로시간, 노동조합, 후생복지 등 객관적 근로 조건의 개선도 필요함과 동시에 직장에 대한 주관적 근로조건 항목인 직장 만족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라면서 “특히, 청년층이 학교에서 첫 직장으로 의 이행과정에서 발생되는 전공 미스매치를 최소화하여 전공과 업무의 일 치성이 높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근로조건의 개선도 필요하 지만, 특히 직업-전공 미스매치를 최소화해 전공과 업무의 일치성을 높이 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청년 취업자의 일자리 이탈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은 전 공-직업 미스매치의 해결책이 ‘정원 규제의 재검토’라고 말한다. 그는 보고 서를 통해 “기존의 정원 규제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정원 규 제의 경우, 전면적 해제는 지역균형발전의 맥락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부분 해제는 현재 도 가능하다”라고 말하면서 “물론 앞서 언급하였듯이 수도권 정원 규제가 전공 선택의 왜곡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대학 서열화를 꼽을 수 있 으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중장기적 개혁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 이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 밖에도 진로교육의 강화와 전공 선택 시 기의 유연화도 해결책으로 들었다. 청년취업자의 일자리 이탈을 낮추려면 전공-직업 미스매치를 유발하는 정원 규제의 재검토와 중장기적인 대학서 열화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잦은 이직과 조기 퇴사 등 일자리 이탈의 이유가 전공-직업 미스 매치 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이 원인을 전공-직업 미스매치 에서 찾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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