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공부]비대면 시대의 미래 워크숍 〈10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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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공부]비대면 시대의 미래 워크숍 〈1077호〉
  • 황윤하 한국미래전략연구소W 대표
  • 승인 2020.10.15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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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2030년 미래사회를 전망하는 미래연구가 중반을 넘어섰다. 과학기술정책연 구원과 협업 중인 이 연구에서 우리 연구소는 20~60대 국민의 미래 인식을 조사하는 파트를 맡고 있다. 연초에 고민했던 것은 프로세스였 다. 어떻게 진행해야 국민의 생각을 잘 반영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기획만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점점 커 졌고,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미래 워크숍의 운 영도 위기를 맞았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인원 조 정이었다. 한 번에 모일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들 면서 워크숍의 규모를 줄이는 한편, 4개 팀으로 나누어 진행하려 했던 프로세스도 조정이 필 요했다. 수도권을 벗어나 타지의 국민을 만나려 던 계획도 무산됐다. 결국, 한 번에 10명씩, 총 4 번의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다. 체온 체크와 마스크 필수 착용, 환기가 잘 되는 공간 섭외까 지. 코로나 시대의 첫 미래 워크숍은 조금은 낯 선 방식으로 치러졌다.

  다행히 워크숍은 잘 마무리됐다.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참가자들은 늘 그렇듯 기대 이상의 솔직한 의견을 들려줬고, 그 속에서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두려움과 변화에 대 한 기대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세대와 배 경이 다른 20~60대 국민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 을 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로, 최대한 다양 한 의견을 듣고자 했다.

  그렇게 초여름이 지나갔다. 가을이 오기 전, 설문조사를 하고, 중간 보고서를 작성하고, 최 종 미래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그 사이 코로나 19는 점점 영향력이 커져 정부는 수도권 2.5단 계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연구에도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다. 2차 미래 워크숍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상은 1차 참여자 가운데 후속 연구 참여 의사가 있는 사람들로 40명 중 30명 이 한 번 더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 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임 자체가 불가한 상 황이었다. 소수 인원 미래 워크숍에 대한 노하 우를 얻었지만, 그것을 활용하기도 전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찾은 방법은 온 라인 미래 워크숍이었다. 1차 워크숍에서 나온 ‘100% 비대면 시대’라는 미래 사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모집부터 순탄치 않았다. 참여 의사가 있음 에도 프로그램 활용이 어려워서, 디바이스 준 비가 안 되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참여를 못 하 는 인원이 생겼다. 워크숍 당일 연구진의 역할 도 참가자의 디바이스 접속 문제를 해결해 주 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그렇게 각자의 상황을 점검해가며 온라인 워크숍을 시작했다. 오프라 인 워크숍처럼 팀을 이루어 토론하고 몸을 움 직여 참여하는 과정은 없었지만, 참가자 모두 진지한 모습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워크숍은 원활하게 진행됐다. 늘 그 렇듯, 기대 이상의 솔직함과 열린 마음과 함께.

  온라인 워크숍을 마치고 난 뒤, 새로운 가능 성을 만난 기분이었다. 먼저 미래 워크숍의 기 본인 타인의 의견에 대한 ‘경청’이 오프라인만 큼, 아니 그보다 더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모두 가 고른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의 균형’도 마찬 가지였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은 늘 아쉬웠던 지 역 참여 형평성 부분이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해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 가능성이었 다. 수도권을 우선하여 참가자를 모집했던 관행 이 앞으로는 전국 단위로 넓어질 수 있을 것이 며, 동시에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 견이 나누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었다. 만 약 오프라인에서 전국의 국민 40명을 한 자리 에 모은다고 하면 그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 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라면 더 간단하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 그것도 가장 편안한 공 간에서 편안한 옷을 입고. 좋아하는 간식을 준 비해 먹으며 참여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시작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연구의 마지막 파트를 준비하던 내게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온라인 참가자 중 가장 고령이셨던, 60대 여성 분의 메일이었다. 전직 교사였던 이 분은 코로 나19로 인해 방치되는 청소년 문제에 대해 걱정 하며 의견을 내기도 했었다.

 

  “대표님. 2020년 대표님과의 만남이 제게는 큰 행복이었습니다. Zoom으로 소통 할 수 있 는 기회를 주시고, 인생 2막에서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는 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래는 희망적인가?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 며 내린 결론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 토론할 때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의외의 만난 속에서, 그 것이 비대면이라고 할지라도. 잠시 잊고 있던 미래의 가능성을, 한 통의 메일로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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