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 스톡데일 패러독스〈10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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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 스톡데일 패러독스〈1077호〉
  • 김정수 공과대학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20.10.1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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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스톡데일(1923~2005)은 베트남전에 참 전한 미 해군 장교였다. 그는 자신이 몰던 A-4기 가 북베트남군의 대공포에 격추된 후, 베트남군 의 포로가 되었으나, 무려 8년간의 수용소 생활 을 강한 의지로 견뎌내며 결국 많은 미군 포로를 이끌고 생존 귀환한 전쟁영웅이다. ‘스톡데일 패 러독스’는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짐 콜린스가 자신의 저서 『Good to Great(좋은 기 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스톡데일이 8 년의 혹독한 포로생활 동안 비관과 낙관의 경계 를 넘나들며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용어다. 많은 포로 중 “우린 풀려나긴 틀 렸어. 여기서 죽을 거야”라고 아예 포기한 ‘비관 론자’들은 힘든 포로생활을 견디지 못했다. 또한 “이번 부활절에는 풀려날 거야, 추수감사절에는 풀려날 거야, 크리스마스 때는 풀려날 거야”라며 막연한 희망에 기댔던 ‘낙관론자’들도 여러 번의 기대가 무너지게 되자 결국은 비관론자와 마찬가 지로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불행한 결과를 보 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톡데일 및 그와 함께한 포로들이 끝까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조만간 석 방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포로생활의 냉 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당장 나가지 못할지라도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것이라는 소망과 의지를 품은 ‘냉정한 낙관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불확실성의 늪에 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 화, 교육 모든 면에서, 그동안 우리가 알던 지식과 전략, 해결 방법론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 다. 국가 간의 교역과 왕래가 급격히 감소한 가운 데, 세계의 정치 경제는 혼돈의 심연을 향해 나아 가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열강 들의 자국 이기주의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 한 혼란과 위기 가운데, 21세기의 대한민국 또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 한 불확실성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정의와 공 평의 가치관은 정치적 진영논리의 공격과 방어 용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자신을 보수 혹은 진보로 자처하는 양 진영의 극단주의자들로 인 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강제로 편을 가르게 되고 있다. 중도와 중용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호전 적 팬덤 정치 문화는 조선 시대 붕당정치의 재래 그 이상이라고 할 만하다. 눈앞의 문제해결만을 위한 포퓰리즘적 정책 공방들로 국민들은 혼란 스러운 가운데 재난지원금 등 국가재정에 의존 한 단기적 민생문제 해결은 상황이 길어지고, 가 용재정이 줄어들게 되면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의문이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주요 산업들이 위 축되며, 동네 상권들이 무너져가고 있다. 산업 생 태계의 악순환 고리로 인해 실물경제의 급격한 추락이 피부로 느껴지는데, 한편에서는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려들며 이상과 열을 보인다. 경제 전반의 침체로 기업들의 수익 성이 떨어지니 신규고용을 비롯한 전체적인 일자 리가 줄어들 것은 명약관화하다. 불확실성으로 뒤덮인 위기의 시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1997년 가을, 우리를 덮쳤던 IMF 위기를 기억 한다. 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가장들이 실직하고, 가정이 무너지고, 국가의 자산들이 속수무책으 로 해외자본에 헐값에 팔려나가던 시기. 그동안 의 고속 성장에 가려졌던 온갖 부실들이 표면으 로 드러나며, 국가 경제 시스템의 끝 모를 연쇄붕 괴가 이어지던 시기. 도대체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던, 미래가 암울하던 시기. 그러나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보란 듯이 3년 만에 다시 일어섰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전 국민 금 모으기 운동’을 통 한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극복 의지를 발판으 로, 공공과 민간 부문 전반의 구조조정과 개혁노 력이 시작됐다. 금융시스템이 재정비되고, 공장 들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하고, 과감한 초고속 인 터넷 인프라 구축을 통해 다양한 신규 벤처모델 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국가 경제의 선순환 이 시작됐다. 이렇게 암울한 국가 경제 위기의 상 황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믿으며, 냉정 하고 합리적인 준비와 노력의 과정을 묵묵히 걸어 나간 국가와 국민들의 신뢰와 단합의 결실이었다.

  그렇다면 2020년 오늘, 또 다른 불확실성의 시 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내 일을 모르는 베트남 수용소에서, 하루하루를 성 실하게 살아가며, 언젠가 돌아갈 고국에 대한 소 망을 버리지 않았던 스톡데일과 그의 병사들의 “냉정한 낙관론”의 지혜를 배우자. 현재 우리를 둘러싼 코로나19의 위기상황과 부정적 여건들 에 대해 지나친 비관도 막연한 낙관도 하지 말자. 백신이나 치료제가 곧 나올 수도 있고, 혹은 다 양한 바이러스 변종으로 인해, 2~3년 동안은 지 금과 같은 상황으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며 다른 이들의 상황을 배려하는, 함께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치적인 상황에 휩 쓸려 한쪽의 극단에 매몰되지는 말자. 불의와 불 공정에 분노할 줄 아는 살아있는 의식도 필요하 지만,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줄 아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사회 경제 각 분야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시도와 변화들이 항상 성공적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단지, 내게 주어진 각자의 책임과 역할에 묵묵히 최선을 다 하며 내 안의 역량을 키워내는 일에 소홀하지 말 자. 삶 속에서의 다양한 시도가 실패로 끝날 수도 있지만 도전하기를 멈추지 말자. 오히려 실패의 경험으로 극복의 근육이 단단해짐을 감사하자. 우리 개개인의 작은 변화의 노력이 나를, 가정을, 사회를,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품고, 신념 과 노력을 잃지 않는 ‘냉정한 낙관주의’는 이 불 확실성의 시대를 헤쳐나갈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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