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공부] 미래세대가 전망한 20년 후 미래〈10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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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공부] 미래세대가 전망한 20년 후 미래〈1074호〉
  • 황윤하 한국미래전략연구소W 대표
  • 승인 2020.08.1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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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입사해 처음 시작한 미래연구는 2034세대의 미래인식을 조 사하는 것이었다.*

  대학생과 일반인 그룹으로 나누어 3시간씩 미래 워크숍을 진행했고, 총 10번의 워크숍을 통해 200여 명의 청년들을 만났다.

  연구에서 제시한 미래는 4가지였다. 이 4 가지 타입의 미래는 하와이대학의 미래학 자인 짐 데이토(Jim Dator)가 제시한 것으 로, 중단 없는 성장(continued growth), 붕괴 (collapse), 보존(a disciplined society), 변형 (a transformational society)의 모습을 띤다.

  먼저 중단 없는 성장 미래는 경제 성장, 과학 기술 발달, 치열한 경쟁이라는 키워드로 설명 할 수 있다. 이 사회에도 문제는 있지만 풍부한 자원과 과학기술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 넘치는 미래이다. 두 번 째 붕괴 미래의 특징은 생존, 가치의 전복, 새로 운 시작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붕괴되어 처음으로 돌아가지만, 그만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미래이기도 하다. 세 번 째 보존 미래는 사회의 위기 상황에서 최대한 협동하여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특징 을 지닌다. 도덕적 리더십, 규율, 미래세대를 위 한 희생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마지 막 변형 미래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인 류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미래이다. 인 류는 과학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존재로 재탄 생되는데, 이때의 사회 구성원은 트랜스 휴먼, AI, 복제인간 등 다양하다. 과학기술이 발달했 다는 점에서는 중단 없는 성장 미래와 비슷해 보이지만, 인간만이 사회의 주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34세대 200여 명은 4가지 미래에 대한 특 징을 이해한 후 20년 후 한국 사회에 올 것 같은 미래, 살고 싶은 미래를 선택했다. 올 것 같은 미 래 1위는 ‘중단 없는 성장’ 미래였다. 올 것 같은 미래는 사회가 끌어가는 방향을 뜻하는데, 청 년들은 한국사회가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치 열한 경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았다. 흥 미로운 것은 선호 미래 결과였다. 청년들의 선 호 미래 1위는 ‘붕괴와 새로운 시작’ 미래였다. 가장 배타적인 두 미래가 가능 미래, 선호 미래 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었 다. 동시에 향후 발생할 갈등을 예견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했다. 사회가 끌어가는 힘과 청년 들이 원하는 미래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사 회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현 사회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당시 붕괴 미래를 선호하던 청년들은 ‘느림’, ‘여유’, ‘경쟁 없음’ 등의 키워드로 붕괴 미래를 설명했다. 청년들이 꿈꾸었던 것은 붕괴로 인 한 사회의 혼란이 아니라 현 사회의 견고한 경 쟁 시스템을 흔드는 새로운 가치의 실현이었던 것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사회 곳 곳에서 붕괴를 선호했던 청년들의 징후를 만 날 수 있었다. 일과 일상의 균형을 뜻하는 ‘워 라벨’,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의 앞글 자를 딴 ‘욜로’는 2013년 이후 대한민국을 관통 한 키워드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20년 8월, 고등학교 1 학년 330명을 대상으로 미래 워크숍을 진행했 다. 이 결과 또한 흥미로웠다. 청소년이 선택한 20년 후 올 것 같은 미래는 붕괴였고, 살고 싶 은 미래는 중단 없는 성장이었다. 과거와 비교 해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였다. 2013년, 붕괴의 미래가 경쟁에 지친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회상이었다면, 2020년 붕괴 미래는 팬데믹을 맞이한 현실 그 자체였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중단 없는 성장에서 살고 싶어 했다. 사회의 제 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하고 경쟁하 는 것이 이들이 꿈꾸는 미래였다.

  올 것 같은 미래, 살고 싶은 미래를 통해 발견 하는 ‘미래 인식’은 한국이 맞이할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현 사회의 문제를 거울처럼 비 춘다. 치열한 경쟁을 독려하던 사회가 침체된 거리 두기 사회로 변모하는 동안 미래 세대의 마음도 변화하고 있었다. ‘자유롭게 경쟁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청소년이 전달해온 메시지 는 아이러니하게도 개개인의 치열한 경쟁에 기 대 성장하던 한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시 사했다.

  미래세대의 차기 비전은 무엇일까? 새롭게 도래할 사회 모습이 궁금해지는 결과였다.

 

*박성원 · 황윤하(2013),「한국인의 미래인식과 미 래 적응력 측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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