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공부]먼 미래를 상상하는 태도의 이점〈10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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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공부]먼 미래를 상상하는 태도의 이점〈1073호〉
  • 박성원 『미래 공부』 저자
  • 승인 2020.06.15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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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기 쉬울까, 먼 미래를 상 상하기 쉬울까. 언뜻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 를 들어 내가 오늘 아침 서울을 벗어나 부산으로 갈 계획이 있다고 하자. 세 그룹으로 예측팀을 나 눠 나의 1시간 뒤, 3시간 뒤, 9시간 뒤를 예측한다 고 해보자. 어느 그룹이 가장 정확하게 나의 위치 를 예측할 수 있을까. 9시간 뒤의 나를 예측하는 그룹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차를 몰고 가든, 기차를 타고 가든 9시간 후면 분명히 부산에 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도보나 자전거여행은 제 외했을 때).

  이처럼 가려는 목적지가 분명할 때 우리는 먼 미래라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미 래학은 1) 현재의 추세대로 벌어질 미래, 2) 추세 선상에 있지는 않지만 내부의 선택과 외부의 조 건(또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능 미래, 그리고 3) 궁극적으로 우리가 도달하고픈, 살고 싶은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미래를 정확하 게 예측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먼저 미래의 목적 지를 분명히 정하는 것이 순서다. 나의, 내 조직 의, 내 사회의 선호미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 떤 미래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미래학이 결국 지향하는 지점은 선호미래이 기 때문에 미래연구는 매우 정치적인 특성을 띠 게 된다. 어떤 조건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 도달하고픈 미래란 특정한 가치를 강력하게 반영하는 미래상일 수밖에 없다. 20세기 후반,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이라는 가치를 줄기차게 추구했다. 그 결과,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 했다. 만약, 이런 선호미래상을,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목적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1960년대의 사람이 있다면 그는 60년 뒤, 지금의 한국의 세계 적 위상을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60년대 한 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으니, 당시의 조건과 환경에서 지금의 한국을 짐작하지 못함 은 당연하다.

  선호미래상이 정치적 특성을 띠기에 때로는 황소처럼 앞으로 돌진하는 추진력을 얻기도 하 지만, 때로는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기도 한다. 누 구의 경제적 성장이냐는 질문은 계급적이고, 정 치적인 질문이 된다. 누구를 통해 경제적 성장을 일굴 것인지, 그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뒤처진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어떤 보상 시스템 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 시스템의 공정성이 지켜 지지 않을 때 어떤 처벌을 할 것인지 등의 문제는 어느 특정 그룹이 해결할 수 없다. 모든 시민이 참여해서 각자 납득할 만한 성과를 가져가고, 법 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선호미래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적 성장은 정치적 성 장이 전제되어야 지속가능해진다.

  그러나, 모든 가치는 시대적 선호성을 반영한 다. 시대가 달라지면 선호하는 가치도 달라진다. 그에 따라 사회가 지향하는 목적지가 달라진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가치를, 어느 목적지를 향 해 가고 있을까. 아쉽게도 이 질문에 선뜻, 마치 1970~80년대 경제성장이라고 쉽게 대답했던 것 처럼,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정, 포용, 정의, 진보, 배려 등의 가치들이 경제성장의 한계 를 보완해 다음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하지만 사회적 미래상으로 대접받으려면 가치를 구현한 뒤의 미래사회 모습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컨 대, 공정과 포용이 지배적인 사회는 어떤 사회인 가. 배려가 지배적인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이런 사회는 누가 이끌어가고, 누가 대접받으 며, 누가 뒤처질 수 있는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대안의 가치를 떠드는 사람들은 장밋빛 전망만 떠들 뿐 그 가치가 실현되어갈 때 어떤 갈등과 문 제가 발생할지, 그 갈등과 문제를 어떤 원칙으로 풀어야 할지는 제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 회를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상을 현실에 접목하려면 세심한 사회적 설계가 필 요한데, 이를 해본 적도 없고, 할 필요도 못 느끼 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얄팍한 구호만 판을 친다.

  선호미래상을 발견하는 여행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꼭 지켜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일은 많아졌 는데 그만큼의 대접과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불평 등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때에, 인공지 능의 발전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환경 에서, 코로나19 탓에 급격히 변화하는 일상에서, 기후변화의 심화로 현재 세대는 물론 미래세대 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바이오/나노/ 인지공학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트랜 스휴먼으로 변화되어가는 추세에서, 반세계화 의 바람이 다시 거세지는 이때, 위기가 일상이 되 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발전 시킬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미래공부의 칼럼이 끝을 맺는 오늘, 이 질문 을 명지학원 가족에게 제기하고 싶다. 다시 시작 하려면 모두가 공감하는 선호미래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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