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어제의 세계, 오늘의 세계〈1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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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어제의 세계, 오늘의 세계〈1072호〉
  • 곽형덕 인문대학 일어일문학과 교수
  • 승인 2020.06.02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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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시절이 꿈만 같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후 네 달 즈음이 지났지만, 언제 다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며칠 전 유명 관광지인 일본 오키나와를 찾은 관광객이 지난 4월에 0명이었다는 우울한 보도가 나왔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복귀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오키나와만이 아니라 세계 유명 관광지 또한 모두 같은 처지다. 월경(越境)은 한동안 일상이 아닌 비일상, 즉 특별한 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대면 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화상회의 솔루션이다. 처음에는 사용에 애를 먹고 대면 회의보다 몇 배의 피로를 느꼈지만 적응을 마치자 비대면 시대의 중요한 실시간 소통 도구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비언어적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에 대면 강의나 회의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줌이나 웹엑스 등으로 학술대회나 연구모임, 그리고 학생 상담을 진행하며 조금이나마 잃어버린 일상의 느낌을 회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만연으로 국내외 연구 활동도 큰 제약을 받고 있지만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올해 예정됐던 해외 자료조사, 답사, 학술발표 등이 줄줄이 취소돼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모임 자체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외 연구회가 온라인으로 모임을 옮겨 열면서 장소의 제약없이 국내외 연구자들과 교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만연하기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물론 온라인 화상 교류는 기술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참가자의 웹캠 불안감(사생활 노출) 해소 등 해결해야할 크고 작은 문제도 있다. 하지만 득과 실로 따지자면 ‘거리두기’로 대면 활동의 중지와 취소 행렬을 보는 것보다는 온라인으로라도 만남과 교류를 이어가는 쪽의 득이 훨씬 크다. 교환학생 파견이 중지되고 해외 대학과의 대면 교류 프로그램이 중지되는 상황에서 자매대학과의 온라인 교류회나 학생 간 교류도 시도되고 있다. 국경을 자유롭게 다시 넘을 수 있게 되는 날, 어려운 시절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돈독한 유대로 꽃 피우게 될 것이다.

  향후 백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한동안 『어제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어제의 세계』는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슈테판츠바이크(1881~1942)가 1차 세계대전 이전의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노스탤지어를 담아 쓴 책 제목이다. 『어제의 세계』는 바로 코로나 이전의 세계이기도 하다. 강의실, 식당, 커피숍, 콘서트 홀…, 타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스크 없이 만났던 시간은 아쉽지만 당분간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냥 어제의 세계를 그리워할 수만은 없다. 대화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비언어적 소통과는 거리가 먼 온라인에서 한동안 서로 만나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오늘의 세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라면, 그리고 다시 대면하기 위해 필요한 고독의 시간이라면 기꺼이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인류가 세계대전의 참상 속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코로나19 만연의 시대를 극복할 날 또한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어제의 세계는 늘 그립지만, 우리는 오늘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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