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덮친 번아웃 증후군, 혹시 당신은?〈1071호〉
상태바
청년층 덮친 번아웃 증후군, 혹시 당신은?〈1071호〉
  • 김태민 기자
  • 승인 2020.05.11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청년층에서 유행어처럼 도는 말이 있다. 바로 ‘번아웃’이다. 번아웃은 미국의 정신분석가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명명한 것으로,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최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에게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설문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업무로 인해 완전히 탈진됐다고 느낀다’라고 응답한 응답자 중 20 · 30대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만 하면 피곤을 느낀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0대 77.2%, 20대 73.2%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지는 청년층을 덮친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알아봤다.

번아웃 증후군, 그게 뭔데?

  번아웃 증후군은 어떤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연료를 모두 태워버린 것과 같이 무기력해지면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일이 실현되지 않을 때나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가 극도로 쌓였을 때 나타난다.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던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건 그 보람을 잃고 돌연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27일,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개념화한 증후군’으로 정의하면서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판단했다. 또, 번아웃 증후군의 특징으로 △에너지 고갈 및 소진(탈진)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관한 부정적, 냉소적 감정 등의 증가 △직무 효율 저하 등을 제시했다.

번아웃 증상 호소하는 청년들

  주목할 만한 점은 청년층에서 이런 번아웃 현상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4월,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과 설문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20대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20대와 30대에서 번아웃 현상이 얼마나 만연한지 보여준다. 자료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65% 이상이 맡은 일이나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정서적으로 지쳐있다고 답했다. ‘일과가 끝났을 때 육체적으로 완전히 지쳐있음을 느낀다’는 답변도 20대 71%, 30대 59%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1월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4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번아웃 증후군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95.1%가 직장생활을 하며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청년층의 비율이 높은 주임, 대리급 직급을 가진 직장인들과 사원급 직장인의 경우 차례대로 98.0%, 94.0%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해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고, 과장급 직장인 89.7%가 뒤를 이었다. 이렇듯 직장 내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이 씨(21) 역시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끝내지 못하고 쌓인 업무와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라며 “첫 직장이기에 참고 이겨내자 다짐했지만 계속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갈수록 의욕도 없어지고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경기대학교 교정상담교육대학원의 류창현 교수(이하 류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이 청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도파민* 결핍 증후군(Dopamine Deficiency Syndrom) 때문이다”라면서 “과도한 욕심, 탐욕, 목표 등으로 도파민이 결핍된 환경시스템에 노출된 청년들이 21세기 디지털 사회문화 교육에 부적응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센터장 이은경, 이하 학생상담센터) 곽원정 연구원은 “번아웃은 주어진 과업의 스트레스를 감당할 만큼 신체적 자원이 남아 있지 않을 때 발생한다. 특히 오늘날 청년들은 불안한 고용시장으로 인한 과도한 스펙 경쟁, 과중한 학업, 학비 마련 등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인으로서 요구되는 새로운 발달과업 또한 만만치 않아 많은 압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번아웃은 예방과 건강한 대처방법 개발이 관건인데 이 필요성을 잘 알지 못하고, 효과적인 대처방법들을 개발하지 않아 더 쉽게 번아웃에 이르게 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 다. 청년층이 받는 다양한 압박과 효과적인 대처방법을 개발하지 못하는 것이 번아웃에 이르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증상 악화시키는 서투른 대처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번아웃 증후군에 잘못된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동아일보 2020 행복원정대 취재팀과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26%는 ‘음주, 수면, 폭식 등 본능적 욕구 해결’로 번아웃을 이겨낸다고 응답했다. 뒤이어 ‘친구, 연인 등 사람들과의 만남’이 25.5%, ‘그냥 견딘다’는 답변도 19.5%를 차지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난해까지 약 3년 동안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번아웃 증상을 겪었다고 설명한 대학생 권 씨(21)는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이나 활동적인 취미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번아웃 증상을 겪으면서 이런 활동까지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번아웃이 나타난 것을 알면서도 뒤처지기 싫어서 그냥 견뎠다”라며 번아웃 증상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설명했다. 이러한 청년들의 서투른 대처에 대해 류 교수는 “도파민 결핍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쉽고 빠르게 보상을 제공하는 음주, 수면, 폭식, 게임, 도박, 섹스, 마약 등을 선택함으로써 자극추구성향이 높아진 것이다”라며 “이는 행위중독과 약물중독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부적절한 대처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적절한 대처 필요해 … 스트레스 원인을 아는 것이 근본적인 대처법

  그렇다면 적절한 대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류 교수는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즐기고 재도전을 통해 자신의 회복 탄력성과 역량을 키움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인수정신건강의원의 이인수 정신 분석가 역시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은 내적인 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지쳤다고 느낀다면, 휴식이 답이다. 스트레스를 멀리하고 충분한 수면과 긴장 이완이 필요하다”며 “다만, 자신의 상황을 성찰하지 않고, 그냥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은 오히려 우울증과 불안증을 유발한다. 내가 어떤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견디기 어려워하는지 성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본능적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은 오히려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어떤 감정을 견디기 어려워하는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아는 것이 근본적인 대처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학생상담센터 공인원 연구원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감성 적소진, 비인격화, 개인적 성취의 결여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언제나 그 방법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그냥 견딘다는 답변은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돌보는 ‘자기돌봄’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이며, 자신만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자기돌봄의 기본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몸을 잘 돌보는 것이다. 혼자 하기 버거울 때는 주변의 자원을 잘 활용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올바른 자기 개발 및 자기돌봄의 행위가 될 수 있다.

혹시 나도 번아웃 증후군?

  다음 표는 지난 2015년 안전관리공단에서 번아웃 증후군과 관련해 만든 간이 테스트다. △전혀 아니다 1점 △약간 그렇다 2점 △보통이다 3점 △약간 그렇다 4점 △아주 그렇다 5점으로 점수를 매겨 총점을 구하는 방식이다. 총점이 65점 이상이면 주의 단계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권유된다.

  아직 번아웃 증후군이 질병으로 분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나 학계에서 인정받은 검사는 없다. 간이 테스트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오늘부터 마음 건강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

 

*도파민은 인간을 흥분시켜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