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한 없이 사용하는 데 의의를 둔 디자인 〈10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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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한 없이 사용하는 데 의의를 둔 디자인 〈1070호〉
  • 김민우 기자
  • 승인 2020.04.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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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for all,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

우리는 물건을 살 때 여러 조건을 고려한다. △가격 △품질 △디자인 등을 비교하거나 해당 제품을 얼마나 자주 이용할 것인지 혹은 언제 쓸 것인가와 같은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종종 잊어버리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 하에 제품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특수한 상황에 필요한 제품은 일반적인 제품과 다른데 우리는 으레 그것들이 별도로 판매될 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신체 특성에 따라 제품의 용도를 구분하고, 그들과 우리가 다른 영역에 속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들 것이다. 이에 등장한 개념이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이다. 이는 사회적 소외계층과 약자를 포함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포용적인 디자인을 뜻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다양한 계층 간 간극을 줄이고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에 본지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학우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Inclusive Design vs Exclusive Design, 배려하는 디자인과 배려하지 않는 디자인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그란 모양의 문 손잡이로 일명 'Door Knop'이라 불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모양의 손잡이를 사용하는 데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해당 손잡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손은 자유로워야 하며, 손잡이 부분을 잡고 돌릴 수 있을 최소한의 악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즉, 위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사용이 어려운 제품으로 사용자 배려의 정도가 낮은 디자인이다.

  한편, 위 손잡이는 일반적으로 'Door Handle'이라 불리는데 손가락이 없어도, 양손이 없더라도, 손잡이를 잡고 돌릴 악력이 없더라도 간단히 열 수 있다. 이는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으로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란?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Design for all,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앞세워 사회적 소외계층과 약자를 포함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포용적인 디자인을 뜻한다. 보편적 디자인을 의미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나 제품과 건축에 치중돼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달리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과 서비스의 영역까지 확장한 개념을 의미한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공공디자인전공 이현성 교수(이하 이 교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제품과 환경 등에 관련한 내용을 의미한다면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사회 환경, 정책 등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승강기를 들 수 있다”며 “보통 승강기를 타면 버튼의 위치가 두 곳에 있는데 하나는 표준형 키에 맞춘 1.2~1.5m 높이에 위치해 있고 다른 하나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어린 아이들이 쉽게 누를 수 있는 약 1m 높이에 위치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 장애인뿐만 아니라 아이 혹은 노약자까지 다양한 사용자를 위한 배려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도 인클루시브 디자인

  지난해 12월, 서울 지하철 곳곳에 새로운 지하철 노선도가 배포됐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지만 녹색, 적색 등 일부 색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색각이상자들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색각이상자에게 비슷하게 보이는 2, 4, 7, 9호선에 별도의 색 테두리를 추가했고 2개 이상의 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에는 각 노선의 색상과 번호를 표기해 구분이 용이하도록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으로 지도를 제공하는 네이버 지도 측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휴대용 노선도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달라진 색각이상자용 지하철 노선도는 서울교통공사 관할 역사에서 받아볼 수 있다. 또한, PC 이용자라면 네이버 지도 웹에서 ‘색약’버튼을 눌러 바로 확인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왼) 일반인용 지하철노선도 (오) 색각이상자용 지하철노선도 (출처/ 서울시)
▲(왼) 일반인용 지하철노선도 (오) 색각이상자용 지하철노선도 (출처/ 서울시)

  대학가 역시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국민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은 인클루시브 관련 전공 신설 및 운영을 통해 디자인의 창의성과 공익성을 강조하고자 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관계자는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는 국내 유일의 공공디자인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해당 전공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 인클루시브 디자인, CPTED* 디자인, 공공디자인** 거버넌스, 지속 가능 디자인, 사회문제 해결 디자인 등 조금은 생소하지만 디자인이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작년부터는 공공디자인연구센터를 개소하여 대학교 내에서의 연구만이 아닌 사회 전반으로 실용성 있게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건축설계기법

**국가나 사회 구성원 다수에 관계되는 사물이나 장소, 서비스, 기술, 시 스템 등 공공재에 관련된 디자인

 

Inclusive Beauty and Fashion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예시는 바로 ‘Inclusive Beauty’와 ‘Inclusive Fashion’이다. 획일화된 피부색과 체형을 가진 것이 아님에도, 옷을 살 때와 화장을 할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획일화된 화장품의 색조와 옷의 사이즈에 자신을 맞춰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꽤나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Chromat, 아름다움의 기준은 내가 정한다

  미국의 수영 및 스포츠 패션 브랜드 ‘Chromat’은 특히 모든 여성들의 신체 다양성을 존중하고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Chromat’이 진행한 ‘GUARD’S POOL RULES’ 캠페인(출처/ Chromat)
▲‘Chromat’이 진행한 ‘GUARD’S POOL RULES’ 캠페인(출처/ Chromat)

  지난 2018년 ‘Chromat’은 ‘GUARD’S POOL RULES’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여 여성들 및 소수자들이 올여름 수영장에서 △신체 및 인종 △나이 △젠더 정체성 등의 조건으로 인해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역설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위 사진 속 발탁된 모델들은 신체장애인, 중년 여성, 흑인 여성, 성소수자 및 트랜스 젠더 등 다양한 젠더 정체성과 신체를 가진 여성들이었다.

Unobstructed Collection, 휠체어 탄 사람까지 고려한 패션을 디자인하다

  'Unobstructed Collection’은 하반신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디자인됐다. 일반적인 형태의 옷에 가죽 끈을 부착하여 누구나 손쉽게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이동할 수 있다. 가죽 끈이 추가된 옷의 디자인 또한 기성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Unobstructed Collection by Lili Pàzmàny, MOME 2019(출처/ Designboom.com
▲Unobstructed Collection by Lili Pàzmàny, MOME 2019(출처/ Designboom.com

  스트리트 패션을 표방한 해당 컬렉션은 개성을 추구하는 옷의 일종으로 하반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해서 일반인이 입기 어렵거나 거북한 디자인이 아니다. 오히려 Lilipàzmàny는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도록 시도 중이다. 중요한 점은 일반적인 제품과 특수한 상황을 위해 만든 제품 간의 어떠한 차별도 없다는 게 새로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IKEA) Thisables Project, 장애인들을 위한 디자인 옵션을 제시하다

  이케아 이스라엘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이케아 제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Thisables Project’를 실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19년 칸 국제 광고제 Health&Welleness 부문 수상작으로 △일반적인 전등 스위치보다 큰 스위치 △침대에 지팡이를 놓을 수 있는 받침대 △쿠션의 지퍼를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 고리 등을 선보였다. 일반인들에게는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난관이 되는 영역을 포착해 이를 개선하는 제품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케아 이스라엘이 진행한 ‘Thisabls Project’(출처/ Dezeen.com)
▲이케아 이스라엘이 진행한 ‘Thisabls Project’(출처/ Dezeen.com)

  기존에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던 △디자인 △가격 △사이즈 △색상 등에 △손잡이 △높이 조절 기능을 고려할 수 있도록 추가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사실보다는 장애가 단순히 필요한 옵션 중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로

  이 교수는 “최근 디자인의 변화만 봐도 그렇다. 산업디자인 중심에서 유니버설, 인클루시브 디자인 등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의 다양한 계층 간 간극을 줄이고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다. 또 사용자뿐만 아니라 사회, 산업에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디자인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를 의식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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