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사용되는지 모르고 내는 차등등록금, 어떤 근거로 책정되나〈10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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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용되는지 모르고 내는 차등등록금, 어떤 근거로 책정되나〈1070호〉
  • 손정우 기자
  • 승인 2020.04.27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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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은 단과대학마다 등록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차등등록금을 활용해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 가장 높은 등록금을 내는 단과대학은 연간 994.2만 원이 책정된 예술체육대학으로 이는 연간 676.7만 원을 내는 인문캠의 인문 · 사회과학대학과 317.5만 원의 차이를 보인다. 이런 괴리는 어째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본지는 우리 대학이 차등등록금을 산정한 이유를 알아보고, 그 이유는 정당한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문제는 없는지 취재해 봤다.

차등등록금이란?

  차등등록금은 대학에서 등록금을 책정할 때 계열별로 달리 산정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대학이 예술체육대학, 공과대학 등 이공계열, 예체능 계열에 더 많은 등록금을 산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우리 대학은 올해 기준(연간) 등록금을 자연캠 △예술체육대학 994.2만 원 △공과대학 917.6만 원 △자연과학대학 824.0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렇다면 대학이 등록금에 차등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대학생 ·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예술대학생 네트워크’(이하 예대넷)가 2018년에 전국 4년제 대학 대상 정보청구를 통해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대학은 계열 별로 △사용하는 공간 △각종 실험이나 실습 △장비 및 기자재의 구비와 사용 등이 다르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우리 대학 기획예산팀(팀장 노상래)은 “교육비용은 모든 학생에게 평균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있는가 하면 계열별 및 학과별로 다른 항목이 있다”라며 “인문 · 사회 계열 학생의 교육은 대부분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공계 및 예술 · 체육 분야는 교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비가 따로 들어간다. 또한, 실험 · 실습비용이 추가되며, 일부 학과의 경우 개인지도 과목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교원확보 기준에도 인문사회계열은 학생 25명당 전임교수 1명이 필요하지만, 이공계 및 예체능 계열은 학생 20명당 1명의 교수가 필요하다”라고 차등등록금 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차등등록금 적용, 법적 근거 미약해

하지만 대부분 대학이 활용하는 차등등록금은 법률적 근거가 미약하다. 그럼에도 차등등록금을 산정하는 이유를 교육부(장관 유은혜)에 묻자 “등록금 산정은 「고등교육법」제11조에 의해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산정하는 것으로 대학의 자율이다”라며 "따라서 교육부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라며 "해당 문제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할 문제다"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는 계열별로 교육비가 일정 부분 추가로 더 들어가는 곳이 있는 것은 맞지만 초기에 계열별 차등등록금을 책정할 때, 인문 · 사회 계열을 기준으로 1.2배, 1.3배라는 형식으로 올린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 근거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차등등록금에 대한 대략적인 근거는 제시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사용 공간 △각종 실험이나 실습에 필요한 부대비용 △장비 및 기자재의 구비와 사용은 추상적인 설명이지 구체적인 사용처는 아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노유한(피아노 20) 학우는 “쉽게 생각해 보면 실습 같은 것 때문에 인문 · 사회 계열보다 비싼 것 같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디에 사용해 책정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이 추가비용 내용을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차등등록금의 근거 중 하나인 「대학설립 · 운영 규정」제4조 3항, 잘 지켜지고 있나?

  각 대학은 계열별로 다른 기준, 즉 「대학설립 · 운영 규정」제4조 3항에 따른 1인당 교사(공간) 기준면적 및 전임교원산출에 대한 기준을 차등등록금 책정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는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은 「대학설립 · 운영 규정」제4조 3항을 잘 지키고 있을까? 단과대학별로 조사해 봤다.

▲표는「대학설립 · 운영 규정」제4조 3항에 따른 계열별 학생 1인당 교사기준 면적이다.
▲표는「대학설립 · 운영 규정」제4조 3항에 따른 계열별 학생 1인당 교사기준 면적이다.
▲표는「대학설립 · 운영 규정」제4조 3항에 따른 계열별 교원 1인당 학생 수다.
▲표는「대학설립 · 운영 규정」제4조 3항에 따른 계열별 교원 1인당 학생 수다.

  우리 대학 시설관리팀(팀장 임희찬)에 「대학설립 · 운영 규정」제4조 3항에 따른 계열별 학생 1인당 교사기준 면적에 대해 문의한 결과 “강의실 및 공용시설 등의 면적을 계열별로 분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대학정보공시에는 계열별이 아닌 전체 학생 정원에 대한 교사 확보율을 공시하고 있다”라며 “「대학설립 · 운영 규정」에 근거해 학교에 필요한 기준면적을 산출, 우리 대학 전체 시설면적과 비교해 교사 확보율을 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산출된 교사 확보율은 120%를 상회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계열별 규정 준수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하는 공간을 차등등록금의 근거로 내세우긴 어려워 보인다.  

▲표는 우리 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 수 현황이다. (출처/ 대학알리미 공시정보)
▲표는 우리 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 수 현황이다. (출처/ 대학알리미 공시정보)

  한편, 대학알리미 공시정보에 따라 「대학설립 · 운영 규정」에 따른 계열별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단과대학 별로 확인해 본 결과 자연과학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단과대학이 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공과대학은 교원 1인당 학생 수의 기준인 20명을 넘은 27.51명을 맡았고 예술체육대학도 마찬가지로 계열별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차등등록금 산정의 두 번째 근거 실험 · 실습, 모든 학과에 해당할까?

  우리 대학은 차등등록금 산정 근거로 계열마다 실험 · 실습의 양이 다름을 근거로 들었다. 우리 대학의 경우 단과대학별로 등록금을 동일하게 산정하는 공통계열 동일금액을 적용하고 있는데 일부 학과의 경우 실험 · 실기 과목이 같은 계열 타 학과와 비교해 적은 경우가 있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 홈페이지 강의계획서에 나와 있는 실험 · 실습과목의 수를 조사해 봤다.

  단, 아래에 나온 실험 · 실습과목의 개수는 2020학년도 1학기에 공개된 강의로만 제한했다.

가장 높은 등록금, 예술체육대학 〈994.2만 원〉

  예술체육대학의 경우 학부별로 살펴보면 디자인 학부의 경우 4개 학과 모두 합쳐 59개의 실습 · 실기 과목이 있었고, 스포츠학부는 3개 학과 28개의 실습 · 실기 과목이 있었다. 예술학부 또한, 5개 학과 23개의 실습 · 실기 과목이 존재했다. 이는 다른 단과대학과 비교해 실습 과목이 많은 편이다. 다만 바둑학과는 3개의 실습만이 존재했는데, 만약 실습 · 실기로 인해 차등등록금이 책정되는 것이라면 바둑학과가 예술체육대학의 타 학부와 동일 등록금을 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이는 공통계열 동일금액을 적용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이다.

  한편, 예술체육대학의 차등등록금 산정 자체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목소리도 있다. 예대넷은 “예술계열의 경우 모든 계열과 비교해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아 이를 강사 혹은 비전임 교원으로 대체하고 있다”라며 “강사와 비전임 교원의 경우 전임교원과 비교하면 인건비가 낮다. 따라서 예술계열은 실기 · 실습에 의한 지출이 높을지는 모르나 인건비 지출이 적기 때문에 타 계열대비 지출할 항목이 높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공대라서? 실험 적은 학과도 있어… 〈994.2만 원〉

  공과대학의 경우 대부분 실험이나 실습을 진행한다. 그러나 강의계획서가 공개된 강의에 한해 일부 학과는 공과대학의 평균 실험 · 실습과목 개수인 12개보다 적었다.

▲표는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번 학기에 개설한 공과대학 의 실험 · 실습과목의 개수다. 표에는 이론 및 실습 강의도 포함됐다.
▲표는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번 학기에 개설한 공과대학 의 실험 · 실습과목의 개수다. 표에는 이론 및 실습 강의도 포함됐다.

  실험 · 실습 관련 수업이 전체 평균보다 적은 학과는 △교통공학과 △신소재공학과 △산업경영공학과 △전자공학과 △환경에너지공학과로 5개 학과다. 이에 대해 산업경영공학과 조성진 회장(산경 16, 이하 조 회장)은 “산업경영공학과의 전공 수업은 실험 · 실습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라며 “학과 전체의 입장은 아니지만, 학과 학우들이 공과대학과 같은 등록금을 내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는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조 회장은 “학과별 실험 · 실습과목의 차이에 따라 차등등록금이 산정된다면 학우들이 좀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실험 자체가 적은 자연과학대 〈824.0만 원〉

  한편 자연과학대학은 애초에 다른 단과대학과 비교 해 실험 · 실습과목이 적었다. 우리 대학 홈페이지의 학 과별 강의계획서에 명시된 공과대학의 실험 · 실습과목은 평균 12개다. 반면 자연과학대학은 평균 5.75개로 다소 적었다.

▲표는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번 학기에 개설한 자연과학대학의 실험 · 실습과목의 개수다. 표에는 이론 및 실습 강의도 포함됐다.
▲표는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번 학기에 개설한 자연과학대학의 실험 · 실습과목의 개수다. 표에는 이론 및 실습 강의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수학과 소속 한 학우는 “지금까지 수강했던 과목 중 실습이라 할 만한 강의는 한 개였는데 그것마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라며 “왜 이 정도의 등록금이 들어가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어 안타깝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수학과의 경우 강의계획서에 실습이라 명시된 강의 7개 중 6개는 강의에서 문제를 풀고 발표하는 강의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실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수학과 홍덕헌 교수는 “수학과는 물리나 화학처럼 실험 기구를 가지고 실습하는 것이 아니고 배운 범위의 연습문제를 학생 스스로 풀고 설명할 때 생기는 과정을 통해 수업한다”라며 “따라서 실습수업이라고 하지만 이론수업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차등등록금 산정, 어디로 가야 하나

  지난해 국회에서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수강 과목의 학점과 내용에 따라 등록금을 달리 산정하는 학점비례 등록금제가 논의된 바 있다. 우원식 의원실은 “학점비례 등록금제란 말 그대로 학생이 신청한 학점에 비례하여 등록금을 책정하는 제도다”라며 “현행법에서는 초과학기를 다니는 학생에게 적용되던 것을 전체학생으로 넓혀 적용하자는 것이다”라고 학점비례 등록금제에 관해 설명했다. 차등등록금의 불합리성을 학점비례 등록금제로 해소할 수 있을지 묻자 “등록금 부담 완화 효과가 있어, 일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라며 “‘우리 학과(학부) 등록금이 이러한 이유로 얼마 책정됐다’라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차등등록금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부분 의제다. 차등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차등등록금이 정확하게 산정돼야 하고, 학우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 부담에 수혜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제2조에는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결국, 교육의 수혜자는 사회 전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교육부가 ‘2017 OECD 교육지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고등교육 공교육비의 정부 지출 비중은 34%(OECD 평균 70%)에 불과했다. 이는 반대로 가계와 민간 재원 부담률이 66%라는 것이다. 이처럼 가계가 고등교육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현재, 교육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더 부담할 것인지 고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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