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쉴 새 없이 미래를 예측한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전두엽 대뇌피질과 내측두엽이 예측 활동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뇌는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일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사실, 우리는 예측하지 않고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저 테이블에 놓여 있는 물컵을 들 수 있다는 예측 없이는 테이블로 가려는 행동을 전개할 수 없다.
2007년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다. 「예측 : 미래를 경험하기」(Prospection: Experiencing the Future, Gilbert & Wilson, 2007)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들은 뇌가 과거는 기억(memory)을 통해 복원하고, 현재의 일은 여러 감각기관으로 인지(perception)하며, 미래는 모의실험(simulation)을 통해 예측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려는 이유는 즐거움과 고통의 감정을 조정하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밝힌다. 즐거움은 더 누리려고, 고통은 더 줄이려고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문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의 뇌가 종종 미래예측에 실패하는 4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어서다. 예측에 실패하는 첫째 이유는 뇌가 예측의 바탕이 되는 정보를 편향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뇌가 기억하고 있는 데이터는 매우 기뻤을 때, 매우 슬프거나 모욕을 당했을 때, 그리고 어제의 일 정도다. 우리는 이런 데이터를 갖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이 데이터는 사실 일상의 경험을 대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지금껏 KTX를 1,000회 가까이 탔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이 세종시에 있었고, 매일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KTX를 자주 탈 수밖에 없었다. 국내 출장에도 이 열차를 이용했으니 더 탔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부산에 출장을 갈 일이 있어 아침에 KTX를 타야 했는데, 그날따라 여러 일로 이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서울역에서 그 기차가 정차한 플랫폼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데, 그사이 기차 문이 철컥하고 닫혔다. 매우 단단한 문이 내 눈 앞에서 닫혔을 때를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때 이후로 나는 KTX를 타러 갈 때마다 불안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걱정은 내 일상을 대표하지 않는다. 나는 KTX에 탔던 1,000회 중 딱 한 번을 놓쳤을 뿐이다. 물론 이런 경험 때문에 더 조심하게 되고 그래서 KTX를 놓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불안감은 과도하다. 나의 뇌가 이 장면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를 조종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가 예측에 실패하는 두 번째 이유는 뇌가 종종 디테일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기까지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이 일어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어떤 일을 계획할 때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이런 디테일을 간과한 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결과는 틀린 예측이 된다. 이렇듯 뇌의 틀린 예측에 조종당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약속을 쉽게 한다는 점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여러 디테일이 있음에도 그냥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예측에 실패하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미래의 일에서 초기만 예측할 뿐 나머지는 간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은 나에게 매우 고통스러울 거야’, ‘어떤 일이 벌어지면 나는 매우 즐거울 거야’라고 뇌가 예측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이라도 매우 고통스럽거나 매우 즐거운 감정이 지속되지 않는다(트라우마적 사건은 이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생각보다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한다. 적응하면서 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줄어든다. 모든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옛 선배들의 충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뇌가 예측에 실패하는 이유는 맥락의 변화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일이 일어나는 조건과 맥락을 놓치면 예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는 아침에 카레를 먹지 못한다. 특히나 전날 술이라도 한잔 했을 때면 더욱이 아침에 카레는 먹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배가 고플 경우, 나의 뇌는 ‘아침이라도 카레를 먹을 수 있겠는 걸’이라는 예측을 한다. 그러나 내일 아침이 되면 내 예측은 틀렸음을 깨닫는다. 나는 아침이라는 맥락과 조건에서는 카레를 먹지 못한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나에게 속지 말자.” 미래를 예측해보니 불안하다, 고통스럽다, 좌절감이 든다고 느낄 때마다 이렇게 나에게 말해보자. “너의 예측은 틀릴 거야. 나는 다른 길을 만들겠어!” 지금 내가 느끼는 미래 불안감은 뇌의 오류에서 발생하는 것일 뿐 나의 능력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