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코로나19와 종이책의 운명〈10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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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코로나19와 종이책의 운명〈1070호〉
  • 김영석 문헌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0.04.27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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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21세기 들어서 그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종이책의 운명을 더욱 단축시킬지도 모르겠다. 우리 인류 문명의 발전과 그 궤적을 함께 해온 종이책은 지난 2000년 가까이 인류 문명을 기록 · 전수 ·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종이책이 과거 그 운명을 다하고 사라진 점토판, 파피루스, 양피지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날(World BooK Day)’이다. 유네스코는 1995년 세계적인 대문호인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제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날을 전후로 ‘도서관주간’을 지정하여 책과 도서관 그리고 독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고취 시키기 위해 매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국내외 안팎에서 책의날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은 코로나19의 대확산을 막기 위해 당분간 불필요한 바깥 단체 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집에서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유익한 활동은 독서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처럼 온 가족이 여유롭게 독서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 적도 전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내의 모든 도서관(학교, 대학, 공공, 국가)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임시로 문을 닫았다. 물론 일부 도서관은 이용자의 신청을 받아 책을 대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래저래 시간은 많은데 사람들이 좋은 책을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대출해서 읽을 수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국민들의 도서관 방문과 독서 활동이 이전의 정상상태로 되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도서관 방문과 독서는 삶의 필수 요소가 아닌 선택 요소인데 한번 습관이 깨지면 다시 정착시키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도서관통계에 의하면 지난 5~6년 사이 우리나라 국민의 도서관 방문과 책 대출이 감소하고 있고,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들의 연간 독서률이 최근 들어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한편, 독서매체인 종이책의 세기말적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종이책은 지난 2000년 가까이 인류의 지식과 정보를 기록 · 전달해 왔다. 그런데 종이책의 절대적 가치와 역할이 21세기 들어서 약해지면서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objet)으로 전락하는 현상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여러 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체코의 프라하 공공도서관은 수년 전 책을 벽돌처럼 높이 쌓아 올려 일명 ‘지혜의 샘’이라는 책 우물을 만들어 놓았고,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옷가게는 수 만권의 책을 사용하여 기둥마다 책벽돌을 쌓아 가게를 장식하였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들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써 책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부쩍 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종이책이 인류 역사에서 그 운명을 다하고 퇴조하고 있는 모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사람들의 일상 생활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대면을 피하고 많은 것을 인터넷과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인터넷 문화, 디지털 문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그 결과 젊은 사람들 특히, 신세대를 중심으로 종이책을 더욱 멀리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 같다. 종이책이 사람들의 관심과 본질적 이용에서 멀어지는 순간, 종이책은 그 운명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래저래 코로나19가 종이책의 운명을 더욱 단축시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4월 23일 ‘세계 책의날’이 책을 읽고 즐기는 날이 아닌 책을 추억하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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