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가해자 중심 보도 관행은 잘못됐다〈1069호〉
상태바
언론의 가해자 중심 보도 관행은 잘못됐다〈1069호〉
  • 명대신문
  • 승인 2020.04.13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들에 대한 성착취 위주의 디지털 성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n번방 사건은 소라넷을, 웹하드를, 다크 웹을 묵인한 결과 다. 그동안 판사들은 양형기준이 없어서 입 을 다물었고, 가해자들은 반성문을 쓰느라 입을 다물었다. 남성들은 성착취를 묵인해 온 집단 문화 속에서 잠재적 가해자임을 부 정했고 피해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이번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조 주빈은 악마로 그려졌다. 그리고 그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한 건 언론이다. 이뿐 만 아니라 일부 언론은 조주빈의 과거 이력 을 상세하게 조명했다. 성범죄자에게 서사 를 부여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묵인보다 악랄하다. 악마와 같은 용어는 가해행위를 축소하고 성범죄자를 특수화시킨다. 그러나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 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조주빈은 대한민국 의 평범한 남성이다. 마찬가지로 조주빈의 과거이력은 여성 성착취라는 n번방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 언론은 사건의 본질과 사건 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 처벌만큼 중요한 피해자 보호와 2차가해 방지를 위한 보도 지침을 세워야 한다. 조주빈과 유명 언론인 의 관계 등 자극적인 보도를 우위에 두는 일부 언론은 스스로 황색 언론임을 인정하 는 꼴이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언론들은 항상 사 실을 보도하느라 바빴다. 2019년 11월, 대부 분의 언론이 공수처법에 매몰됐을 때, 한겨 레는 n번방의 진실을 발굴하고자 기획보도 를 연재했다. 그리고 이는 n번방이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n번방 최초 신고자인 대학생 추척단 ‘불꽃’은 진실을 얻고자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며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잠입했다. n번방 사건은 이슈가 아니다. 뿌 리 깊은 강간 문화와 성착취로 인한 피해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은 문제의 구조 를 드러내고 진실을 발굴하는 사명을 다해 야 한다. 아무도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