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는 '2020 세월호: 극장들'〈10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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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는 '2020 세월호: 극장들'〈1069호〉
  • 김일송 공연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13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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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 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눈물 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있을 아픔/ 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

  도종환의 시 ‘화인’이다. 그의 시처럼, 그리 고 T.S. 엘리엇의 시구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처럼 유난히 잔인한 4월을 보내는 이들이 있 다. 세월호 유가족이다. 오는 4월 16일은 세월 호 참사가 일어난 지 6주기가 되는 날이다. 오 래전 4월 3일의 제주가 그랬듯, 그리고 5월 18 일의 광주가 그렇듯, 4월 16일의 안산은 집집이 피워올린 선향으로 자욱하다. 그러나 그들에 게 4월이 잔인한 이유가 비단 가족을 다시 볼 수 없는 슬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유가 더 있다면 아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재조사, 재 수사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납득할 만한 진 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답보 상태다. 심지어 올해는 검찰특별수사단과 사회적 참사 특별조 사위원회가 활동을 마치는 해이기도 하다. 6 년 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다양한 이들이 세월호와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물론 연극인 들도 거기 있었다. 그들은 세월호에 대한 사유 를 연극적 언어로 치환해 무대화했다. 세월호 와 함께 가라앉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부터, 남은 유가족의 일상을 다루었던 연극, 정 부 당국에 국가의 책임을 묻는 연극, 세월호 이 전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성 수대교 등의 참사를 묶어낸 연극 등. 게 중에는 세월호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가족극단’의 연극도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는 연극이 있 다. 4월 7일부터 시작된 ‘2020 세월호: 극장들’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혜화동 1번지, 연우소극 장, 성북마을극장, 삼일로 창고극장 등 서울 시 내 4개 공연장이 연합하고, 10개의 공연단체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올해 내내 벌어질 예정 이다. 여기에서는 그중 4월에 진행될 몇 편만 소 개하는 게 어떨까 싶다. 개막작은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로, 세월호 참사로 아 이를 먼저 보낸, 미수습자 어머니를 주인공으 로 하는 연극이다. 작품은 유가족을 전면에 내 세우되 그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야 기는 제목처럼 어머니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혹은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한 줄이 명치 끝에 걸린다. “이해해 주겠니? 엄마가 좀 웃어 도 내 아이야. 용서해 주겠니? 밥을 먹고 물을 마셔도, 엄마가.”

  23일에는 ‘퀴어연극제’에서 제작한 가 성북마을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퀴 어 연극제는 ‘퀴어’에 주목하지만, 여기서 퀴어 의 의미는 성적 경향이나 지향에 국한되지 않 는 듯하다. 성을 뛰어넘어 사회가 강요하는 구 분에 동의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의 ‘나’에 주목 하는 연극제다. 퀴어연극제에서 이번 ‘2020 세 월호: 극장들’에서 선보이는 는 동 아리 MT를 떠난 대학생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세월호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후로 소설가 백수린의 동명 소설을 무대 화한 ‘쿵짝프로젝트’의 이 4월 29 일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된다. 세월호를 전면 에 내세우지는 않지만, 터널증후군을 앓고 있 는 인물들을 통해 사고 이후의 일상에 대처하 는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제주에서 세 월호 희생자들의 추모사업을 운영하는 활동가 와 추모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예술가들에 대 한 인터뷰로 구성된 ‘여름콜렉티브’의 는 4월 30일 연우소극장에서 공 연될 예정이다. 외에도 총 10개 작품이 이 프로 젝트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응원이 되는 순간이 있다. 4월에는 귀를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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