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공부] ‘항상 조심하는(vigilant)’ 태도의 중요성〈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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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공부] ‘항상 조심하는(vigilant)’ 태도의 중요성〈1068호〉
  • 박성원 『미래 공부』 저자
  • 승인 2020.04.13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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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후 현재까지 세계적 감염병의 사회적 변화와 관련 된 문헌을 찾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Vigilant라는 흥미로운 영어단어를 발견했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항상 조심하는’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단어의 맥락적 의미는 이렇다. 위험은 늘 갑작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에 위험의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눈과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단어의 명사형(vigilance) 앞에는 constant(지속적인)라는 형용사가 따라 붙는다. ‘지속적인 감시와 경계’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중요한 사회변화의 모습이다.

  경제학자들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의 사회 변화를 2008년 세계적 경제 위기와 비교해서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그 위기를 잘 넘겼지만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은 2008년 위기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여러모로 다르다. 2008년 당시는 중국과 신흥경제국들의 경제성장세가 지금처럼 둔화하지 않았다. 위험에 대응하는 세계의 공조체계도 더 잘 작동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열악해 걱정과 우려는 커지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덴마크의 한 경영학자는 어떤 기업들이 위기에 잘 대응하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대상 기업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이 기업들의 7년 뒤 수익률과 시가 총액을 비교해보기로 한 것이다. 네 유형의 명칭은 각각 vigilant, neurotic(신경과민증의), vulnerable(취약한), danger(위험한)이다. 여기에 우리가 앞서 얘기한 vigilant라는 단어가 또 나온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 기업은 한마디로 복합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적절한 미래준비를 실행하는 기업이다.

  적절한 미래준비에는 3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는 변화의 동인과 징조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인구 증감, 과학기술의 발전, 경제의 부침, 정치적 변화,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 새로운 문화의 유입, 새로운 에너지 사용 등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 두 번째 역량은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다. 긍정적 변화는 기회로 삼고, 부정적 변화는 대응과 회피의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세 번째는 도출한 전략을 연구개발이나 사내벤처 등으로 직접 실험해보는 역량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현실에서 작동해야 한다. 그러자면 실험해봐야 한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vigilant) 기업은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정으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기업은 기업이 마주하는 환경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3가지 미래준비 역량을 향상한다. 기업환경이 복잡하지도 않고 역동적이지도 않은데 미래준비 역량에 과도하게 자원을 투입할 경우, 신경과민적(neurotic) 기업으로 분류된다. 경영에 필요한 자원은 늘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과도해서도 안 되고, 과소해서도 안 된다. 과소한 미래준비 기업은 vulnerable, danger 등의 그룹에 속한다.

  2008년 경제 위기를 겪은 네 개의 그룹은 7년 뒤 어떤 성적표를 손에 쥐었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그룹의 기업들은 7년 전과 비교해 수익률에서 16%, 시가총액에서 75% 성장을 일궈 냈다. 다른 기업군과 비교해보자. 신경과민 기업군은 수익률에서 10% 성장했지만, 시가총액은 마이너스 6%였다. 미래준비가 취약한 기업군은 수익률에서 10%, 시가총액에서는 38% 성장을 보였다. 위험한 기업군은 수익률에서 9% 성장했지만, 시가총액에서는 마이너스 1%였다. 경계를 늦추지 않은 기업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문헌에서 찾을 수 있는 세계적 감염병 이후 사회변화의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는 심리적 공포였다.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로 경제, 사회에 피해를 줄지, 누구를 아프게 하거나 목숨을 앗아갈지 예측할 수 없다.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불안정의 상태를 극복하는 마음의 태도 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고 준비하는 것은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앞서 살펴본 연구에서 깨달을 수 있는 시사점이다.

  물론 ‘적절한’ 준비는 말처럼 쉽지 않다. 어느 수준을 적절하다고 판단할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적절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fact)과 감정(emotion)을 과도하게 연결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변화의 추이를 잘 살펴서 감소하는지, 증가하는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대비 강도를 조절하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해보는 것이 자신의 미래준비 역량을 강화하는 훈련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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