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기능 저해하는 학내 게시물 ‘홍보물’ 관리 규정〈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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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기능 저해하는 학내 게시물 ‘홍보물’ 관리 규정〈1068호〉
  • 류성우 기자
  • 승인 2020.03.30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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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허가제로 운영, 신고제는 어려울까?

  최근 학내 · 외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터지며 학내 단체 또는 학우 개인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의견 피력은 주로 △게시물 △대자보 △현수막 등의 형태로 이뤄지는데 이는 우리 대학 규정상 ‘학생 홍보물’로 묶여 관리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관리 규정이 꼭 적용되는 상황은 아니며, 학내 비판적 의견을 전개할 때도 ‘사전 허가’가 필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와 반대로 학내 구성원으로서 뭔가를 게시할 때는 학교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 게시물 관리 현황 및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의사소통 기능하는 ‘홍보물’, ‘홍보 게시물 관리제도’로 관리돼

  현재 우리 대학은 건물 내 · 외에 게시판이 존재해 대자보, 홍보 게시물 등을 게시할 수 있다. 또한, 건물 외부에는 현수막도 걸 수 있다. 이러한 게시물들은 단순 홍보부터 학내 · 외 문제에 대한 의견 개진까지 의사소통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홍보물’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아래는 학생 홍보물과 관련된 ‘홍보 게시물 관리제도’ 규정이다.

  위 규정을 살펴보면 학내에 홍보물을 게시할 때는 모두 학생경력개발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이 업무는 학생경력개발처(이하 학생처) 아래 양캠 학생복지봉사팀(이하 학복봉)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종이 홍보물에 학생처의 도장을 받아 미리 허가된 기간만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규정을 보면 게시 공간에 관한 규정은 명확히 없지만 양캠 학복봉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존재한다. 허가를 받아 게시한 홍보물을 훼손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며, 규정을 위반한 홍보물은 바로 회수 또는 철거함을 명시하고 있 다.

홍보물 관리 현황은? 규정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사진은 양캠 홍보물 게시 관련 기준을 명시한 공지자료다. 그러나 공지와는 다르게 게시됐음에도 수거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사진은 양캠 홍보물 게시 관련 기준을 명시한 공지자료다. 그러나 공지와는 다르게 게시됐음에도 수거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①기자가 지난달 10일 촬영한 사진으로, 지난해 MATE 자연과학대학 학생회가 차세대과학관에 게시한 홍보물이다. 검인을 확인할 수 없으며 게시판이 아닌 벽면에 게시됐다.
①기자가 지난달 10일 촬영한 사진으로, 지난해 MATE 자연과학대학 학생회가 차세대과학관에 게시한 홍보물이다. 검인을 확인할 수 없으며 게시판이 아닌 벽면에 게시됐다.
②기자가 지난 16일 촬영한 사진으로, 자연캠 자유로 게시판에 게시된 홍보물이다. 역시 검인이 없다.
②기자가 지난 16일 촬영한 사진으로, 자연캠 자유로 게시판에 게시된 홍보물이다. 역시 검인이 없다.
③기자가 지난달 24일 촬영한 사진으로, 인문캠 학생회관 게시판에 게시된 홍보물들이다. 모두 검인과 부착 기간이 없는데, 지난 26일에도 같은 모습이었다.
③기자가 지난달 24일 촬영한 사진으로, 인문캠 학생회관 게시판에 게시된 홍보물들이다. 모두 검인과 부착 기간이 없는데, 지난 26일에도 같은 모습이었다.
④경영대학 ‘위너스’ 학생회의 2019년 2학기 간식행사를 공지한 홍보물로 지난달 22일, 인문캠 학생회관 앞 벽면에서 촬영됐다. 검인이 없으며 게시판에 부착되지 않았다.
④경영대학 ‘위너스’ 학생회의 2019년 2학기 간식행사를 공지한 홍보물로 지난달 22일, 인문캠 학생회관 앞 벽면에서 촬영됐다. 검인이 없으며 게시판에 부착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사례들에 대해 자연캠 학복봉 관계자는 “학기 중이면 그린캠 퍼스지킴이가 오래되거나 검인이 없는 홍보물을 제거한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이 학생들을 불러서 활동을 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관리장님이나 그런 분들께 부탁을 드려서 조금씩 제거를 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인문캠 학복봉 관계자는 “홍보물은 학복봉에서 승인해 주는 절차가 있다. 먼저 내용을 확인하는데 아르바이트생 모집 같은 상업적 성격의 게시물은 일괄적으로 승인 하지 않고 있다”라고 자체적인 허가기준을 설명했다. 이어 “홍보물을 가지고 오시는 모든 이에게 항상 게시판에만 게시하라고 고지하고 있으며, 게시기간은 게시 이후 다음 주 금요일까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게시판에 붙어있지 않은 게시물은 학기 중에는 청소부 분들과 그린캠퍼스 학생들이 봉사활동으로 제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양캠 모두 최근 방학 기간 및 코로나19 사태로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진 ①이나 ④의 경우 지난 학기 종강 전에 게시된 홍보물이기에 학기 중에 적절히 관리되지 않은 사례다.

  또한, 최근 게시된 일부 대자보에 대해선 일관되지 않은 대처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인문캠 학생회관 1층에 벽면에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게시됐을 때 특별한 대처는 없었다. 그러나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두고 한국인 학우와 중국인 학우가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전과 달리 홍보물 관리 규정을 위반했음을 공지하는 스티커가 부착됐다. 스티커에 따르면 위반사항 정정 혹은 자진회수가 되지 않을 시 학교에서 해당 대자보를 철거한다. 부착된 내용에 따라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는 자진회수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게시된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도담도담’의 수강 신청 최대 가능 학점 관련 대자보에도 같은 스티커가 부착된 바 있다.

‘사전 허가’에 대한 의견들

  이러한 철거조치의 근거는 결국 ‘사전 허가’ 및 검인을 필하는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학내 비판적 의견을 전개할 때도 ‘사전 허가’가 필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대자보 등 홍보물을 사전 검열하는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익명으로 게시할 홍보물이라도 학교 측에 신상이 공개될 수 있는 점도 지적된다. 익명의 학우는 “학교 비판적 내용을 담은 대자보도 학교의 허가를 직접 받아야한다면 적절한 의견 공론화를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학교 비판적 내용을 학교가 허가해준다면 더 아이러니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으로서 뭔가를 게시할 때는 학교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학내 구성원이 뭔가를 게시할 때 학교 절차를 거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라면서 “구성원 의견을 반영해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투명하게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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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11월 25일 촬영한 것으로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도담도담'이 게시한 대자보와 해당 대자보에 부착된 관리규정 위반 안내 스티커의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5일 촬영한 것으로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도담도담'이 게시한 대자보와 해당 대자보에 부착된 관리규정 위반 안내 스티커의 모습이다.

홍보물 관리,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대학도 존재해 …

  그렇다면 다른 대학들은 학생 홍보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본지가 취재한 결과 우리 대학과 같이 사전 허가 및 검인을 필하는 대학교가 많았으나 이러한 사전 허가 없이 자율적으로 게시할 수 있는 대학교도 존재했다. 서강대학교 학사지원팀 관계자에게 대자보 등 게시물을 붙이기 위해서 사전 허가 및 검인이 필요한지 묻자 “따로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 원래 게시판에 게시물들을 붙이려면 부착 가능 스티커를 배부하지만 대자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게시물을 어느 정도 시간동안 게시할 수 있는 지 묻자 “학교에서 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작성자가 자체 수거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그 위에 학생들이 또 다른 게시물을 붙이기도 한다”라고 답했다.

  고려대학교 역시 학생 자율에 맡기고 있다. 고려대학교 학칙 제53조(사전신고)에 따르면 '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소속 대학장 또는 학생처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각 행위를 △광고 · 인쇄물의 교내 부착과 배부 △교내 시설물의 점유 · 사용 △외부 인사의 학내 초청으로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학생지원부 관계자는 학생 게시물 허가에 대해 “허락 맡을 필요는 없고 학생 자율에 맡긴다. 다만 건물 벽 등의 정규 게시판이 아닌 경우와 상업적 게시물인 경우 떼어질 수 있다. 대자보는 떼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내용에 대한 사전허가와 검인을 필하는 '허가제'가 아닌 게시 행위를 신고하기만 하면 되는 '신고제'인 것이다.

  우리 대학도 이처럼 기존의 ‘허가제’대신 ‘신고제’를 도입할 수 있을까? 자연캠 학복봉 관계자는 “신고제나 허가제나 거의 비슷하다. 자연캠의 경우 웬만하면 학생들이 가져오는 홍보물들을 허용하고 있으며 막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체로 허용해온 편이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게시자들이 자연스럽게 제거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못하게 하거나 묵살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인문캠 학복봉 관계자는 “신고제라는 것 보다는 직접 확인을 하고 허가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학교 규정에 따라 허가된 게시물 외에는 다 제거하기로 돼있다. 대자보 같은 경우 허가를 안 하고 붙였을 때 어느 정도 붙일 수 있는 기간을 주기는 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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