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공부] 관계의 미래〈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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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공부] 관계의 미래〈1068호〉
  • 박성원 『미래 공부』 저자
  • 승인 2020.03.29 2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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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모르는 게 있으면 남들에게 물어봤다. 여기가 어디냐, 지금 몇 시냐, 이 제품 어떻게 작동하는 거냐, 심지어는 갈 곳 없는 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까지.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각종 포털사이트, 유튜브, 내비게이션 등은 내가 궁금한 것에 즉각 답을 제공한다. 특별히 누구를 붙잡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가며 공손히 물어볼 필요가 없다. “나 혼자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기술과 정보 덕분이다.

  타인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우리는 삶을 유지 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지금이 딱 좋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리는 타인과 비대면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전염되지 않도록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고, 기업이나 정부는 재택근무나 화상회의를 장려한다. 대학도 개강은 했지만, 교수와 학생은 온라인으로 만난다.

  나도 이런 흐름에 맞춰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게 신기하다. 동료들과 이메일이나 카톡, 전화로 의견을 나누고 필요한 일을 진행하는데 별문제가 없다. 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은 줄어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 같지만 억울하지 않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아직 개학하지 않아 같이 점심을 먹는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일상이다.

  물론 코로나19 대응에 밤낮없이 애쓰고 있는 의료진, 경찰, 공무원, 소방대원, 수많은 자원봉사자, 그리고 소비가 감소해 매출이 떨어져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 노동자에게는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코로나19 환자들 때문에 병상을 비워줘야 하는 또 다른 환자들,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도 죄송스럽다.

  이런 마음을 잠시 뒤로하고 ‘관계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해보면 비대면의 미래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짐작게 한다. 2018년 국회미래연구원과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연구팀의 협업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인구/사회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동인 중 하나가 면대면 관계의 변화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 사회는 면대면 만남을 회피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만간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홀로그램 시대가 도래한다면 실제 만나지 않고도 만나는 것 같은 가상현실이 구현된다. 이런 환경 덕분에 사람들은 직접 만나는 것 자체를 비효율적이라고 간주할 것이다.

  연구진은 면대면 회피를 가능성이 큰 미래라고 가정하면서 우리가 맞이할 미래사회의 모습을 세 가지 상황으로 제시한다. 첫째는 면대면 회피를 선호하면서 나 혼자 사는 사람과 면대면 회피를 선호하면서 가족을 형성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 상황이다. 전자의 경우, 복잡한 도시에서도 마치 혼자 살아가는 사람처럼 행동할 것이다. 후자는 자신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더라도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을 늘 느끼고 산다. 가족이라는 틀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울타리일 뿐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하지 않는다.

  두 번째 상황은 면대면 회피를 선호하면서 협력을 중시하는 경우와 면대면 회피를 선호하면서 경쟁을 중시하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 실제 타인을 만나 협력하기보다 소셜미디어나 홀로그램 공간에서 협력한다. 후자는 자신만이 옳고 다른 사람이 틀렸다는 아집이나 편견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세 번째 상황은 면대면을 회피하면서 미래를 중시하는 경우와 면대면을 회피하면서 현재를 중시하는 경우다. 현재의 삶을 중시하는 사람은 “제발 나를 좀 내버려 둬”라는 말을 입버릇 처럼 할지 모른다. 이들은 미래의 계획이나 꿈을 잔소리로 듣는다. 반면, 면대면을 회피하면서 미래를 중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협력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홀로서기를 시도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면대면 회피의 미래는 지금의 시각으로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은 듯 보인다. 파편화된 가족관계, 서로 배우는 기회의 감소, 공동체 연대의 붕괴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랴. 우리 사회는 이렇게 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뒤, 우리 사회가 어떤 것을 우선해서 회복해야 하는지 일러준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면대면 회피의 흐름을 뒤집을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다. 회복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가치를 새로운 조건에서 보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시대에 맞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우리 사회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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