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혐오’는 비겁한 핑계일 뿐이다〈1067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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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혐오’는 비겁한 핑계일 뿐이다〈1067호(개강호)〉
  • 명대신문
  • 승인 2020.03.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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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 곳곳에 만연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의 민낯이 새삼 드러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난데없이 폭언과 구타를 당하고 프로축구 경기에서 강제퇴장을 당하는 것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동양인을 보면 흠칫 놀라며 피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또한 외국인 혐오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도 외국인 혐오의 주요 대상이 서구와 마찬가지로 동양계라는 점은 무척이나 민망스럽기도 하다. 혹시나 우리 대학 안에 이러한 외국인 혐오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나타나고는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할 때다.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25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5%에 달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10만 명을 훌쩍 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우리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9년에 1,500명 선에 이르고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 출신의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과 꿈을 글로벌 지구촌에서 펼치기 위해 젊음과 열정을 바치고 있는 귀한 동료들이다. 많은 나라 중에 우리나라를 선택했고, 많은 대학 가운데 우리 대학을 선택해 찾아온 귀한 손님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대학 안에서도 혐오와 증오까지 는 아니더라도 간혹 동양계 외국인 학생들을 폄하하거나 깔보는 듯한 말과 행동을 하는 구성원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학업 스트레스는 불안을 증가시키고 이렇게 증폭된 불안이 다시 외국인 혐오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증폭된 불안은 상황에 대한 합리적 판단능력과 타인에 대한 수용성을 저하시키며, 이렇게 불안이 증폭된 상황에서 외국인들을 접할 때 이들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수용하지 못하고 배척하거나 혐오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연구는 덧붙였다. 따라서 현재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정서적 문제를 고려한 종합적 지원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기독교의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우리 대학에서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꽤나 자주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 혐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말은 자신의 불안과 공포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적절히 찾아내지 못할 때의 좌절과 낭패감을 가려 보고자 하는 비겁한 핑계일 뿐이다. 타인에 대한 경시나 혐오는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에서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감추려하는 콤플렉스와 열등감의 표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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