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제학] 바이러스경제학〈1067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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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경제학] 바이러스경제학〈1067호(개강호)〉
  •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0.03.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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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전파속도와 위력은 역대 코로나 바이러스들 중 단연 최고였다. 우리의 지갑에 타격을 입히는 경제 위기와 생명의 위협을 가하는 질병의 확산, 그리고 외출을 자제하게 만드는 전쟁 같은 공포까지. 이 모든 단점들만 쏙 뽑아 묶어놓은 재앙 선물 패키지였다.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다양한 모습의 경제 위기는 우리에게 잊혀지기 무섭게 주기적으로 다시 찾아왔다. 우리는 1998년 IMF를 경험한 뒤 10년이 지나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경험하였고, 다시 10여 년이 지난 올해엔 금융관련위기가 아닌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먼저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면 극장의 관객이 하루 8만 명 이하로 줄었다. 극장의 매출은 우리나라 전체 영화 매출액의 약 80% 가까이를 차지한다. 영화를 제작해도 영화 상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없다면 영화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 종교계는 대부분의 종교 활동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취소하는 등의 대처를 하는 동시에 자체적 어려움에처 했고,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서문시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전면폐쇄를 강행해야 했다.

  질병 확산에 있어서는 외교를 잠시 내려놓고서라도 자국민을 우선 보호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들의 집단 감염 소식이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않아 이스라엘은 자국 전세기를 활용해서까지 한국인 420명을 모두 인천국제공항으로 돌려보내는 민첩성을 보였고, 중국과 친형제처럼 지내던 북한도 질병의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국경을 폐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어려워하는 중국을 감싸 안으려는 듯 중국인들의 국내 입국을 막지 않았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어려움이 곧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고통을 함께 나누려 했지만, 이후 중국의 태도를 보면 ‘한국의 어려움은 그냥 한국의 어려움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일반인들의 외출이 어려운 전쟁 상황과 같이 코로나19는 자가 격리자의 외출을 차단한 채 집 안에서 보름에 가까운 기간을 지내게 했다. 보건당국에서는 자가 격리자와 2주간 접촉하지 못하게 했는데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 화장실을 갈 수도, 끼니를 때울 수조차 없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경우 이러한 격리가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요양보호사들 중에서 300만 원의 벌금을 무릅쓰고서라도 자가 격리 중인 노인을 간병하는 모습이 보여 지기도 했다.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국가들의 모습만 봐도 위기 대처를 위한 경제체계를 알 수 있는데, 미국의 경우 중국 출장을 이유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음성판정을 받더라도 약 400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내야만 한다. 이 경우 만약 한국에서 검사를 받았다면 무료로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어 무료검사 대상이 아니라면 16만 원을 내야 하지 만 이후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고 개강마저 연기된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어쨌든 개강은 했고, 우리는 다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 분명한 건 과거의 재앙이 그러하였듯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다시 우리는 경제 위기에서, 질병에서, 전쟁과 같은 공포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바이러스는 경제시스템 외부에서 발생하여 경제 현상에 침투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런 위기는 우리의 대처능력을 시험하는 큰 그림일지 모른다. 미리 막지 못했다면 대응해야 하고 대응하다 보면 근력이 생긴다. 한번 경험한 실수는 다시 반복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뒤숭숭한 와중에도 북한은 원래 하던 대로 미사일을 발사했고, 일본은 원래 하려던 대로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은 위기에 대처하려고 힘쓰는 것보다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행동을 더 지혜롭다고 평가한다. 우리는 지금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하고 생각을 가다듬어야 한다. 분명한 건 이 재난은 반드시 지나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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